[데스크라인]선택적 정의의 몰락

서울과 부산 시민들이 여당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샤이진보는 없었다. 앵그리보수는 청와대와 여당에 충격파를 안겼다. 1년 전 4·15 총선 승리에 여전히 취해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거대 여당의 독선에 회초리를 들었다. 설마 하던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에 사회적 평형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견제와 균형의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했다.

1년 전 국민들은 4·15 총선에서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어 줬다. 180석이라는 국회의원 배지를 선물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하는 진심이었다. 꼼수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위성정당에 대해서도 비판적 지지를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타개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여당은 이 같은 메시지를 곡해했다. 일방적 입법 독주를 이어 갔다. 부동산 관련 입법을 통해 사실상 증세정책 기조를 취했다. 지난날 민주화 운동을 한 진영에 특혜를 주려던 법안은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여당이 취한 선택적 정의는 내로남불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그렇다면 1년 새 무엇이 달라졌는가.

2021년 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공정'이다. 집권 세력은 결과적으로 공정성 싸움에서 패했다. 불공정 평가를 받은 셈이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 현 정부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얼마나 지켜졌는가. 4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다. 오 후보가 받은 득표율은 '분노 지수'다. 정부와 여당이 내건 슬로건과 정반대로 간 결과물이다.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느끼는 체감 온도다.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해도 민심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국가를 바라던 촛불 민심과는 배치되는 국정 운영 성적이다. 현 정부는 적폐청산을 기치로 출범했다. 이른바 '적폐' 피로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검경 수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은 분명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어떠한 수사로도 회피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부동산 투기 적폐와의 전쟁을 치르겠다는 것은 어쩌면 유체이탈식 변명에 불과하다.

읍참마속의 타이밍을 놓친 것도 민심 이반을 불러온 또 다른 요인이다. 상대편 과오에는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우리 편 허물에는 관대하지 않았는가. 권력과 재력을 양 손에 모두 움켜지려는, 욕심이 지나쳐서 낳은 결과다. 국민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결과적으로 보궐선거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현 정부와 민주당은 백신을 미리 맞았다. 정치는 생물이다. 민심은 한강 물처럼 도도히 흐른다. 조용하지만 그러나 폭발력은 엄청나다. 4년 전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번에는 정부와 여당이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내년 대선 시계가 돌아갈 시간이다. 지금부터 국민의 시선은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으로 향할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은 선거 패자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정기조를 바꾼다면 굳건한 지지층인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고 현 스탠드를 고수하자니 국정쇄신의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4·7 선거 성적표에 따라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국정 운영에 변화를 줄지 여부다. 초심으로 돌아가 지난 4년을 성찰하고, 남은 1년의 해법을 찾길 바란다.

[데스크라인]선택적 정의의 몰락

김원석 정치정책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