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직접중개' 진출...'부동산판 타다사태' 오나

직방 등 IT 기반 수수료 경쟁 돌입
공인중개업계 "고유 사업권 침해"
신산업·전통산업 간 충돌 불가피

<제공 = 연합뉴스>
<제공 = 연합뉴스>

프롭테크 기업이 '부동산 직접 중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직방은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 직접 중개를 시작했다. 다방은 올해 안에 전자계약서비스 출시 후 공동중개에 도전한다. 집토스는 임차인 수수료 면제 이벤트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통적 오프라인 공인중개업계는 고유 사업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전의 '타다 사태'처럼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정면충돌 양상도 불가피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플랫폼 프롭테크가 정보 제공을 넘어 중개 수수료를 겨냥한 직접 중개 비즈니스 본격화에 나섰다.

부동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들은 광고비 외에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 보니 개발자 인건비, 애플리케이션(앱) 운영관리비 등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할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중개시장 진출밖에 없다. 3차원(3D), 가상현실(VR) 등 정보기술(IT)로 서비스 질은 높이고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전략으로 시장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누적돼온 고액 수수료 논란을 잠재우면서 부동산 거래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직방 자회사 슈가힐은 '네모인'이라는 중개법인을 만들어 '네모' 플랫폼에 다량의 매물을 등록하고 최근 직접 중개를 시작했다. 슈가힐은 상업용 부동산 전문 중개사' 채용공고도 냈다.

다방은 올 6월 전자계약서비스를 출시한다. 공동중개 방식으로 기존 오프라인 공인중개사와 윈윈 하는 직접 중개 서비스를 내놓는다. 집토스는 직영 부동산 방식으로 앱을 확대, 부동산 직접 중개 서비스를 키우려고 한다. 임차인 대상 부동산 중개 무료지원 이벤트도 펼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오프라인 부동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사업자가 직접 중개를 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공인중개사사무소 매물정보를 공유해 왔는데 부동산 직접 중개에 뛰어드는 것은 최소한의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통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직방 등 부동산 플랫폼사업자가 중개 행위를 하게 되면 결국 자신들이 유치한 매물을 앱 화면에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올려놓고 영업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플랫폼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로, 수익이 나면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모든 산업의 디지털전환(DX)이 가속하는 가운데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 업계와 전통 사업자 간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반 O2O 스타트업과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의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제2의 타다 사태가 다양한 산업에서 동시다발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 자회사 VCNC는 승차공유 서비스로 급성장하다가 택시업계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강남언니 같은 미용성형 플랫폼사업자는 불법 광고를 양산한다는 논리로 성형외과 의사 단체와 대립각을 세웠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가맹택시 사업 확대 과정에서 기존 개인택시 단체와의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원격의료나 온라인 교육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전통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자와 전통산업 간 충돌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 “고객 효용과 글로벌 추세를 근거로 삼아 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꾀하는 쪽에서 대립 상태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