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59>신규 창업의 기회는 소비자들의 선입견 속에 숨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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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 대부분 제품과 서비스들은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를 기획해 출시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보면, 자신들이 예측한 이용자와 달리 전혀 다른 계층이 이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때 전 국민의 TV프로 중 하나였던 개그콘서트 경우, 당초 기획인 성인들이 주요 시청층으로 기획됐다. 실제 주요 시청자층은 의외로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컴퓨터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 핵심 계층은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컴퓨터 게임 핵심 계층은 40~50대층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제품 초기 기획 의도와 달리 새로운 고객층이 대거 신규 이용자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중 대표적 원인으로 많은 기업인들이 선입견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설명한다. 즉,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뒤늦게 해당 제품 편의성을 확인하고 적극적 이용자로 대두되는 경우가 많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 스스로도 비슷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제품의 선입견은 해당 제품을 적극 활용하는 데 큰 제약조건이 된다.

일례로 우리 인류가 참치를 먹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불과 5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참치를 식재료로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거대한 참치는 그저 스포츠 낚시꾼들이 즐기는 레저 대상일 뿐이었다. 스포츠 낚시꾼들은 거대한 참치를 잡아 박제하거나 잡은 참치를 들고 사진을 찍은 다음 구덩이에 묻어버리기 일쑤였다. 심지어 잡은 참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쓰레기처리장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지금은 고급 식재료 중 하나인 참치가 기피 대상이기도 했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스시를 즐기는 일본인들조차도 지방이 많은 생선이라는 이유로 참치를 즐겨 먹지 않았다. 항상 기름기가 적은 생선을 스시 재료로 활용해왔던 일본인들에게 기름기가 많은 생선은 스시로 활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기준점이 형성돼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잡힌 참치는 한때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 사료용으로만 이용됐다. 하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 기름진 생선인 참치를 즐기는 애호가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 참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참치 가격이 뛰면서 참치가 본격적으로 고급 생선으로 대두됐다.

당시 참치가 대두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냉장 기술 발전도 한몫했다. 스시 재료로 활용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선도가 중요하다. 날것 상태로 먹는 스시에서 요구하는 신선도는 야채와 과일에서 요구하는 신선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주로 근거리 바다 어종들이 스시에 활용됐다. 참치와 같이 원거리 대서양 한복판에서 잡히는 어종은 크게 활용되지 못했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가능한 한 많은 얼음을 실은 뒤 고기잡이를 떠나야 했다. 그마저도 출항 후 2주 이상 항해를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더 멀리 가려면 더 많은 얼음을 실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생선을 담아올 공간이 줄어들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1960~70년대 갑판에서 곧바로 가공 및 냉동 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저인망 어선이 점차 발달했다. 이를 컨테이너와 항공기를 통해 짧은 시간에 수송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참치와 같은 원거리 어종도 신선한 스시 식감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한때 감자는 '악마의 음식'으로 불리며 외면당했다. 부정적 선입견으로 인해 돼지 사료나 전쟁 포로 식량으로만 사용됐다. 감자에 가장 먼저 주목한 사람은 독일인들이었다. 독일은 15~17세기 당시 기근이 잦았다. 17세기에는 30년 전쟁으로 그나마 있던 농지마저 더욱 황폐화되어 대기근이 일어났다. 독일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감자를 먹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집에 체류하는 장년층 인구들은 새로운 볼거리를 찾고 있다. 집에 장기간 머무리는 아이들 역시 새로운 놀거리를 찾고 있다. 이들이 우리 앞에 등장한 새로운 고객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