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D, OLED 공급 협상…디스플레이·TV 판도 변화 예고

LCD 패널 가격 급등 부담 커져
글로벌 전자산업 '메가딜' 촉각

전 세계 TV 및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를 뒤흔들 초대형 협력 방안이 추진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TV 업체고,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를 만드는 유일 제조사다. 양사 계약이 성사되면 중국의 맹추격을 받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대전환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Neo QLED TV
삼성전자 Neo QLED TV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 받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은 이달 초 회동을 갖고 OLED 수급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LG디스플레이에 OLED 구매 의사를 전달했고, LG디스플레이는 공급 의지를 적극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큰 틀의 협력 의사를 확인한 뒤, 후속으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OLED 구매를 검토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과 경쟁 관계에 있는 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OLED TV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이 급변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0달러이던 55인치 4K LCD 패널은 1년 만에 191달러로 약 74% 올랐다. 65인치 패널 가격 역시 170달러에서 242달러로 상승했다.

LCD 패널 상승은 곧 원가상승으로 TV 제조사에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다. 최근에는 LCD 패널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같은 반도체 부족까지 더해져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LCD TV가 주력인 삼성전자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OLED TV 출시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TV용 패널로 '퀀텀닷(QD)-디스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대량 생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때문에 경쟁 관계에 있지만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구매를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협력이 성사되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LCD 이후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부재 우려가 제기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일대 전환점이 마련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 이후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부재 우려가 제기됐다. LCD 주도권을 중국에 넘긴 상황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어갈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이 없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를 양산하고 있지만 규모가 올해 800만대 정도로, 전체 TV 시장의 4% 정도에 그친다. 세계 시장을 선도할 정도의 '대세화'된 기술이 없었는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채택하게 되면 한층 힘이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TV 업체로, 특히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 다른 TV 제조사의 OLED 전환 및 세 확산을 가속할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에도 LG OLED 패널 적용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제안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VD 사업부에 검토를 지시했다. 당시엔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이번에는 다른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임원진을 만난 것은 맞다”면서 “완제품 기업과 부품사 간의 회동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OLED 협상 등 구체적 협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낀 채 “너무 앞선 확대 해석은 경계해 달라”고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