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사라지는 확률형 아이템...업계 '체질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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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사라지는 확률형 아이템...업계 '체질개선' 시급

세계 각국의 정부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된 프리투플레이(F2P·무료게임)의 핵심 비즈니스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이 해외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4·7 재·보궐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규제 압박이 또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해당 현안을 넘어 게임 산업 전방위로 규제를 확대하기 전에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성과 합리성 문제를 보완하고, 근본적으로는 해당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1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검찰이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 간 유사성을 검토하는 조사를 시작했다. 밸브 EA, 액티비전, 유비, 텐센트 등 글로벌 업체가 대상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불법으로 인정되면 매일 최대 70만달러(약 8억원)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게임 이용자층이 가장 두터운 국가이자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시장이다.

조사는 브라질 국립아동청소년보호센터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센터는 확률형 아이템 구조가 도박과 같다고 판단했다. 밸브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의 예를 들어 랜덤박스가 환금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현행법상 도박은 불법이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도 법으로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확률형 아이템 압박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올해 1월 영국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고 18세 미만 게임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독일 연방의회도 3월 미성년자 대상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보다 앞서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팔면 5년 이하 징역, 10억원 이상의 벌금을 물린다. 중국은 랜덤박스에 포함된 모든 보상의 종류·구성 확률 공개 의무화와 일 구매 제한을 두고 있다. 이른바 '가챠'(뽑기)가 대중화된 일본도 '컴플리트가챠'(수집형) 등 사행성 짙은 BM은 제재한다.

한국도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확률형 아이템의 소비자 기만과 관련한 건이 접수됐다. 컴플리트 가챠에 한해서지만 특정 유형의 BM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이용자 여론은 규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탓에 게임 산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온다. 게임업계 내에서는 이 국면을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다른 규제까지 얹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지난날 게임을 둘러싼 사회 문제가 터졌을 때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외부에서 '칼'(규제)이 들어왔다”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기업 스스로 확률형 아이템 BM의 근본을 바꾸지 않으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자율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규제 당국이 최근 논란에 대해 기존 문제점을 개선하는 성장통으로 보기 바란다”면서 “현안을 넘는 전방위적 규제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