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대중문화의 새로운 상징' 역주행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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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대중문화의 새로운 상징' 역주행 신드롬

문화계 전반에 '역주행'이 트렌드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음악계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전 발표된 곡 가운데 순위권 밖에서 리스너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작품이 재조명되는 '역주행' 릴레이 현상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화제가 되고 있다. 엔터테인&에서는 역주행을 기록한 주요 곡 면면과 음원 역주행이 갖는 의의에 대해 살펴본다.

우주소녀.(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주소녀.(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근래 수년간 역주행을 기록한 곡을 살펴보면 일련의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계절 이슈에 따른 메시지, 방송 이슈 등과 함께 플랫폼 활용에 따른 맞춤 추천 등이 그것이다.

먼저 계절 이슈에 따른 역주행곡으로는 우주소녀 '이루리'가 있다. 2019년 11월 미니앨범 'As You Wish' 타이틀곡으로 발표된 이 곡은 음반 자체 최고 성적과 함께 꾸준한 관심을 얻었으나 빠른 트렌드 흐름에 다소 빠르게 인기가 묻혔다. 하지만 '이루리 이루리 La'라는 후렴 가사를 비롯해 희망적인 가사와 우주소녀 특유의 산뜻하고 몽환적인 감각이 꾸준히 호평을 얻으며 올 1월 1일 음원차트 최상위권과 함께 음악방송 재소환을 이루는 등 새해 첫날을 대표하는 시즌송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버스커버스커 '벛꽃엔딩', 머라이어 캐리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등 인기 시즌송으로서 성격과 함께 최근 활동 앨범 'UNNATURAL(언내추럴)'의 판매고 6만장 기록 등 우주소녀를 향한 관심의 근거가 되고 있다.

블루. (사진=언컷포인트 제공)
<블루. (사진=언컷포인트 제공)>

방송 이슈 대표곡으로는 래퍼 블루(BLOO)의 'Downtown Baby', 트로트가수 영탁의 '누나가 딱이야' 등이 있다. 블루 'Downtown Baby'는 당초 2017년 12월 발표 직후에는 일부 힙합팬을 제외하고는 큰 반향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Mnet '쇼미더머니'에서의 꾸준한 무대와 지난해 여름 MBC 예능 '놀면뭐하니?' 속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편 방송에서 린다G(이효리)가 가창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6월에 해당하는 25~26주차 가온차트에서 디지털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 관심을 얻었다.

같은 해 10월 발생한 '메킷레인 레코즈 아티스트 사건'으로 인해 빛이 바랬지만 인기 방송과 함께 약 2년 6개월 만에 빛을 본 역주행 대표 케이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영탁. (사진=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영탁. (사진=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영탁의 '누나가 딱이야'는 이보다 더 극적이다. 2016년 3월 발표 당시에는 일선 트로트곡과 비슷한 수준의 관심도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난해 3월 종영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경연 간 무대에서 선보인 이후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인기도를 자랑하며, 일반 대중가요 차트 순위권에도 진입하는 등 14주년 영탁의 대표곡이자 '트로트 전성기' 상징적인 곡으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EXID(이엑스아이디). (사진=EXID 공식 페이스북 발췌)
<EXID(이엑스아이디). (사진=EXID 공식 페이스북 발췌)>

현재는 정보기술(IT) 플랫폼에 따른 역주행 신드롬이 더욱 두드러진다. 플랫폼 역주행의 대표곡 중 최초 사례는 2014년 EXID(이엑스아이디) '위아래'로 볼 수 있다. 이 곡은 당시 7월 여름 가요계를 타깃으로 발표됐지만 직후 결과 자체는 신통치 못했다.

하지만 2014년 10월 초 멤버 하니 중심으로 촬영된 한 팬의 직캠(직접촬영 영상)이 누리꾼 사이에 집중적인 관심을 모은 데 이어, BJ와 유튜버의 챌린지를 불러일으키며 조명을 받았다.

여자친구.(사진=쏘스뮤직 제공)
<여자친구.(사진=쏘스뮤직 제공)>

여자친구 '오늘부터 우리는(Me gustas tu)'도 플랫폼 역주행곡 중 하나다. 2015년 7월 발표된 이 곡은 두 달 뒤인 당해 9월 모 라디오 방송 공개무대 당시 미끄러져 넘어진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 무대를 펼치는 모습을 담은 직캠이 유튜브 채널에 게재됨과 동시에 음원 역주행을 기록, K-팝 대표 걸그룹 중 하나로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2016년 6월 'NO.5' 앨범으로 발표된 2PM '우리집', 비의 2017년 12월 EP앨범 'MY LIFE愛'로 발표한 '깡' 등도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노출된 뮤비과 직캠을 통해 지난해 부쩍 노출되면서 '2PM코인' '1일1깡' 등 신조어와 함께 소위 '밈(MEME,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 문화 상징이 되기도 했다.

비(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비(정지훈). (사진=레인컴퍼니, 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최근에는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발표한 '롤린'으로 데뷔 1800여일 만에 음악방송 6관왕, 음원차트 1위 릴레이 등을 거듭하며 새로운 역주행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곡에 있어서의 청량감이나 무대 열정 등 아티스트로서 기본 매력 포인트는 동일하지만 소속사 제공과 개인직캠이 아닌 다년간 군부대 위문공연을 통해 축적된 그룹 전반에 대한 인지도가 댓글을 통한 대중 공감으로 이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

브레이브걸스.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브레이브걸스.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컨대 역주행 신드롬은 다소 감춰져있던 아티스트 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으로 이뤄져 왔다. 이 가운데 최근 두드러지는 IT 플랫폼 기반 역주행 신드롬은 여러 방향에서 의의를 갖는다.

우선 음악문화 자체의 대중주도적 성격이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과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대중 수요가 직접 노출된 것이 '역주행'으로 나타난 만큼 당초 제작자와 방송가 등 공급자와 마케팅 측면에 치우쳤던 흥행 패턴이 점차 대중의 근본적 흥미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틱톡이나 V라이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통한 카운트다운 라이브나 팬소통이 잦아진 바도 이러한 역주행 신드롬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오마이걸.(사진=WM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마이걸.(사진=WM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기 음악장르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영향은 긍정·부정적 성격이 혼재돼 있다. 현재 역주행을 기록해온 곡들이 대부분 댄스곡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는 역주행 자체에 장르적 한계를 명확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대중에게 가치 있는 명곡으로 거론될 만한 여지가 더욱 넓어진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문명특급'이 국내 음원스트리밍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보인 '컴눈명(컴백해도 눈감아줄 수 있는 명곡)' 콘텐츠에서는 유빈 '숙녀', 나인뮤지스 '돌스', 가인 '카니발', 오마이걸 '클로저', 애프터스쿨 '뱅(BANG!)', 우주소녀 '비밀이야', 빅스 '사슬', DAY6 '예뻤어' 등 수많은 곡이 차트와 무관하게 꾸준하게 스트리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단순한 셀러브리티 소비를 넘어 다양한 장르 곡을 폭넓게 즐기는 모습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AY6(데이식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DAY6(데이식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주행 신드롬은 단순 흥행 논리뿐만 아니라 대중주도적으로 문화 패턴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바로써 대중과 업계 모두의 새로운 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개인화 추천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서 개인 취향이 있지만, 음원 역주행이 기존 차트에서도 1위를 하듯 새로나온 신곡만 차트 진입을 하는 것이 아닌 음악 소비의 다양성을 통해서 좋은 노래는 언제가 다시 역주행 음원으로 차트 다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