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엠'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10만 가입자 지켰다

알뜰폰 시장 질적 성장·활성화 노력
금융+통신 결합 기대감 제고 반영
서비스 방식·내부통제 강화 조건 달아
국민銀 '합리적 영업 환경' 개선 나서야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이 지난해 8월 28일부터 전국 100여 점포에 전담 매니저를 배치했다. 서울 서초구 KB국민은행 종합금융센터 알뜰폰 전담 매니저에게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이 지난해 8월 28일부터 전국 100여 점포에 전담 매니저를 배치했다. 서울 서초구 KB국민은행 종합금융센터 알뜰폰 전담 매니저에게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KB국민은행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이 천신만고 끝에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재지정 받았다. 노조의 거센 반발과 당초 기대보다 못미치는 가입자 확보 성적이 발목을 잡았지만 새로운 결합금융상품 출시와 알뜰폰 시장 활성화 등이 핵심 재지정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민은행은 과도한 실적압박에 반발하는 노조를 설득해 합리적인 영업 환경을 다시 조성하고 가입자 확대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졌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됐던 국민은행 MVNO 서비스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조건을 달았다. 국민은행 노사가 부가조건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기존 부가조건을 보완하고 구체화 했다. 과당 실적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연장기간 동안 비대면 채널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되 디지털 취약계층 등에 대해서는 노사간 협의를 거쳐 대면서비스를 제공하게끔 했다.

또 부가조건으로 금융상품 판매시 휴대폰 판매나 요금제 가입 등을 유도하는 구속행위를 방지하고 은행 창구에서 통신업이 고유업무보다 과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지역그룹 대표 역량평가 반영 금지 △음성적인 실적표(순위) 게시 행위 금지 △직원별 가입 여부 공개 행위 금지 △지점장의 구두 압박에 따른 강매 행위 금지를 제시해 노조가 반발해온 문제를 해소했다.

국민은행 리브엠 서비스는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후 12월 공식 출발했다. 서비스 1년 3개월 동안 가입자 10만명을 확보했다. 이 시장 1위 사업자인 KT엠모바일 가입자가 약 80만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전체 시장에서 가입자 비중은 크지 않다.

가입자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민은행은 알뜰폰 시장 진입 후 여러 변화를 시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폭발적으로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선불폰을 출시하지 않는 등 시장 질적 성장을 추구했다.

선불폰은 가입이 간편해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하지만 통신 계정을 본인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명의도용이나 불일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보이스피싱에 악용되기도 하는 문제가 있다. 국민은행은 이 문제가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가입자 단기 확대 대신 질적 성장을 택했다.

알뜰폰 시장은 약정조건이 없고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큰 만큼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을 빠르게 갖췄다. 5G 요금제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고 군인요금제 출시, 실질적인 멤버십 서비스 제공 등 대형 이통3사는 물론 선발 MVNO 사업자와 경쟁할만한 요소를 두루 선보였다.

무엇보다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이유도 가입자 기반을 축적해 마이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깔렸다. 통신 가입자 데이터가 마이데이터에서 활용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만큼 이통사와의 제휴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확보한 통신가입자 데이터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업 지속성과 파급력을 제고하려면 알뜰폰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구성원과 충분히 형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허인 행장이 당초 방침을 깨고 영업점에서 알뜰폰을 판매하고 영업점 직원에 부당한 실적 압박을 해왔다며 반발했다. 이번 심의에서 노사간 적극적인 협력을 주문한 만큼 플랫폼 금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한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