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보일러' 보조금 바닥…지역 불균형도 심각

정부·지자체 6대 4 비율로 교체비 지원
시행 석 달 만에 수도권 예산 조기 소진
환경부, 협의 거쳐 지원금 재배정 검토

정부가 올해 3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보일러 전환 지원을 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만에 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돼 신청을 중단했다. 귀뚜라미 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 3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보일러 전환 지원을 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만에 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돼 신청을 중단했다. 귀뚜라미 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 정부 친환경 보일러 전환 지원 사업 신청 접수가 수도권에서는 중단됐다. 시행 3개월 만에 예산이 조기 소진됐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에서는 신청 접수가 적어 예산이 남아도는 등 불균형이 심각하다.

1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친환경 보일러 전환 지원금 예산이 거의 바닥을 드러냄에 따라 신청을 종료하거나 조만간 종료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거나 신규로 설치할 때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원금은 일반 가정의 경우 대당 20만원, 저소득층에는 50만원까지 지원한다. 예산은 정부와 지자체가 6대 4 비율로 마련한다. 올해 약 300억원을 투입, 전국 35만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올해 시작 3개월 만에 수도권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조기 마감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기준 7만9000대를 지원, 조기 예산 소진으로 지원 신청을 마감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 친환경 보일러 지원금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데다 조기 마감 전망까지 나오면서 수요가 연초에 몰렸다.

예상보다 신청이 조기에 마감되면서 남아 있는 수요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추가적으로 약 2만4000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금이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서 마련되는데 수요가 몰리는 바람에 지방비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2만4000여대 추가 지원을 위해서는 약 47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중앙정부 지원과 추경 등으로 확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강화군, 동구 등을 제외하고 인천 전 지역에서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인천시는 올해 예산 계획을 수립할 당시 지난해 수요 기반으로 올해 약 7740대를 예측했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신청을 조기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 3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보일러 전환 지원을 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만에 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돼 신청을 중단했다. 경동나비엔 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정부가 올해 3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보일러 전환 지원을 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만에 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돼 신청을 중단했다. 경동나비엔 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경기도도 올해 국비와 지방비 합쳐 108억원을 투입, 도내 5만4446대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까지 수원시, 김포시, 안성시 세 곳에서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 특히 12개 시·군·구는 접수율 90%를 넘어섰고, 나머지도 50%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소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 중심으로 예산이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내면서 환경부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국 지자체 친환경 보일러 지원 현황과 추가 수요 파악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신청을 조기 마감한 수도권에는 이번 주 안에 긴급회의를 개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원금 신청을 조기 종료한 지자체 대부분이 국비와 매칭할 지방비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올해 사업 예산을 편성하면서 예상보다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시간에 예산이 바닥을 드러낸 것은 전체 예산 축소와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배정된 300억원 규모 예산은 지난해 실예산 469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2019년부터 시작한 친환경 보일러 전환 지원사업은 홍보와 인식 부족 등으로 당시 예산 집행률은 19%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부터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신청자가 부족, 올해 역시 예상 수요를 낮게 잡은 영향이 크다.

환경부는 아직 예산이 비교적 충분한 지자체와 협의해 부족한 지자체로 재배정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권은 예산이 부족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신청자가 적어 남는 예산이 꽤 있다”면서 “이 예산을 다른 지자체로 재배정하는 등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