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국내 혁신 보험사…수익성 언제쯤?

국내 혁신 보험회사들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른바 '보험아줌마'로 대표되는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제한적인 상품과 시장 환경으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반기 도입이 예정된 소액단기전문보험사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디지털 기반 혁신 보험사가 성장에 애를 먹고 있다.

갈 길 먼 국내 혁신 보험사…수익성 언제쯤?

우선 캐롯손보는 20일부터 탄 만큼 내는 '퍼마일자동차보험' 보험료를 평균 6.5% 인상한다. 최신 참조 순보험요율을 반영했다는 것이 이유지만, 손해율도 적지 않다. 캐롯손보의 퍼마일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대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사에 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사업비율 20%를 포함 100% 이하가 적정 수준이다. 반대로 100%를 넘으면 1%당 60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업계가 추산하는 적정 손해율은 78%다.

현재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겪었지만, 대부분 손보사는 여전히 자동차보험에서 손실을 내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빅4 손보사 모두 누적 손해율이 80%를 웃돌았다.

다만 캐롯손보는 현재 퍼마일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1만원 미만 미니보험뿐이다. 이는 장기보험을 통한 운용이익 등을 내는 다른 손보사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퍼마일자동차보험이란 시장에 변화를 낸 상품을 출시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면서 “미니보험 위주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은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갈 길 먼 국내 혁신 보험사…수익성 언제쯤?

교보생명이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설립한 국내 첫 디지털 생보사 교보라이플래닛도 출범 이래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말 기준 13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50억원을 기록한 뒤 △2014년 -167억원 △2015년 -212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87억원 △2018년 -168억원 △2019년 150억원 등 매년 순손실을 겪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혁신 보험사를 표방한 캐롯손보와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제한적인 상품과 시장 환경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혁신도 좋지만 회사가 영속하기 위해선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올 하반기 도입이 예정된 소액단기전문보험사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한다. 과거 초기 반응과 다르게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이유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8년 생활밀착형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행사, 이동통신사가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간단손해보험대리점에 등록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줬다. 이통사가 휴대폰보험을 항공사나 여행사가 여행자보험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경우 초기엔 대형 이통사·여행사 등이 진입했지만, 현재 추가 등록이 정체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 밀착형 보험 시장을 성장시킨다는 의미는 좋지만 수익성이 크지 않아 활성화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면서 “혁신 없이 이미 시장에 나온 미니보험으로 승부한다면 전망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