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작지만 강한 과학기술 국가로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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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작지만 강한 과학기술 국가로의 대전환

4월은 과학의 달,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매년 전국적으로 과학기술 진작을 위한 여러 행사와 기념식이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중심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는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과 같은 복합적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과학의 달이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것은 아마 위기 타결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특히 미증유의 출생자 감소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10년, 20년 이후 엄청난 재앙으로 닥칠 것이 틀림없다.

100명이 근무하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직원이 30명으로 줄었는데 건재하다면 이유는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이 엄청 향상됐거나 업종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러한 근본 변화가 없었다면 그 회사는 쪼그라들어서 망하기 직전일 것이다. 1961년에 11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국내 출생자는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27만여명에 그쳤다. 최고점 기준으로 1년에 80만명 이상 인구가 사라진 셈이다. 어떤 재앙이 한반도에 닥친들 해마다 빠짐없이 80만명 규모의 인구가 사라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시행된 수많은 대책을 비웃듯 인구 감소는 가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방 소멸을 말하지만 정작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이민에 별로 매력적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민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적은 인구로도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국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적 자원을 최대한 개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구과잉시대 사고방식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보육원의 원생은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내팽개쳐지는 퇴소 보육원생이 매해 2600명에 이른다. 일전에 한 보육원생이 퇴소가 가까워지자 막막한 마음에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가슴 아픈 보도가 있었다. 복지 예산은 해마다 늘어 나지만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서 순탄하게 편입되도록 보살펴 주는 제도는 없다. 퇴소할 때 손에 쥐여 주는 500만원이 전부이다. 한 명이라도 아까운 지금 이 귀중한 인적 자원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경쟁력 갖춘 일원으로 무장시켜 줄 수는 없을까.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좁은 방에 코끼리가 있어서 너무 위험한 데다 함께 지내기에도 어렵지만 아무도 못 본 척을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라서 방을 거의 가득 채우게 될 인구절벽이라는 코끼리를 방 안에 두고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코끼리가 점점 자라서 방이 터질 지경에 이르게 되면 이미 늦다.

2020년 출생아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27만 2400명으로,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다. 올해는 그보다 훨씬 줄어들 공산이 크며, 곧 한 해 20만명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평균수명이 100세가 되더라도 5000만명이 넘는 현재 인구는 2000만명 아래로 줄어든다. 당장 그 영향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을 뿐 이미 대한민국은 인구절벽에 서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은 나라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출산율을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제 적은 인구로 잘살 수 있는 국가로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국민 모두가 과학적 지식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 미래는 과학기술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그 구상을 가능케 할 과학기술 인프라와 인력이 있다. 그 구상의 추진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이는 우리가 맞은 여러 위협 가운데 국가의 명운과 후손의 생존이 걸린, 단연코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wilee@kof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