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 없이 일자리도 없다

[사설]투자 없이 일자리도 없다

지난해 7만2000여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제조업 해외 직접투자(ODI)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통계를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제조기업의 해외 투자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를 크게 앞질렀다고 밝혔다. 2011∼2020년 제조업 ODI는 연평균 12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FDI는 절반도 안 되는 4조9000억원에 그쳤다. 후폭풍이 중요하다.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연평균 7조5000억원 발생했다. 순유출은 ODI에서 FDI를 뺀 금액이다. 이를 일자리로 따지면 매년 4만9000개가 사라진 셈이다. 누적으로 보면 49만1000개에 이른다.

투자와 일자리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 준다. 한경연 분석에 따라 투자만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지난해 실업률이 약 0.3%포인트(4.0%→3.7%) 개선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뒷받침할 자료는 많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가 강력한 제조업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업체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ODI는 반도체(2조6000억원), 전기 장비(2조3000억원), 자동차(2조2000억원) 순으로 많았다. 일자리로는 전기 장비(1만5500명), 자동차(1만4500명), 반도체(4900명) 순으로 줄었다. 2011년에 비해 1.9∼37.6배나 높은 수치다.

국내 기업이 성장과 생산성 개선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건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해외 진출이 자연스러운 행보다. 문제는 국내 투자 유입이다. 해외 기업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배경은 역시 규제 때문이다. 과거만 해도 국내는 최첨단 기술 시험 장소로 명성이 높았다. 첨단 장비와 기술을 가장 먼저 평가해 보는 테스트베드였다. 저임금과 같은 비용 우위보다는 그만큼 앞선 소비자, 우수 인력과 기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뒤집으면 이런 강점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늦기 전에 해외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 부족은 자칫 일자리 감소, 결국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져서 산업이 피폐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