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비대면 바우처 전면 재검토"...업계 "사업표류 안돼"

디지털 뉴딜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공급·수요기업 성과 창출 많은데
일부 부정수급에 대폭 개편 '당혹'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소벤처기업부가 정부 디지털뉴딜 주요 사업인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의 전면 재검토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인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통 산업의 비대면 디지털 전환을 이끌기 위한 정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다. 사업이 무르익고 확대될 시기에 자칫 잘못된 시그널로 사업이 표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추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권칠승 장관은 취임 초에 관련 사업을 '기획 실패'로 표현했다. 이후 중기부 내부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문제점을 뜯어보고 있다.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부정 수급 사례가 주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확실하게 살펴 사업 방향 전반을 다시 세팅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기에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 8만개, 올해 6만개 중소기업에 최대 400만원까지 자부담 10%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애초 2년 동안 16만개 기업에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를 공급하려던 계획은 지난해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2만개가 축소됐다.

이후에도 정부는 비대면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를 통한 중소기업의 재택·원격근무 확산과 초기수요 창출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올해 예산과 함께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도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는 중점 사업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중기부의 태세 전환에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정 수급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사업 전반을 재검토한다는 정부 입장 때문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정 행위가 확인된 공급기업은 7개사, 의심 사례는 2건이다. 사회 서비스 바우처 사업 등 다른 정책 사업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비대면 보안 솔루션 공급사의 한 대표는 “서비스 도입 장벽을 낮춰 주고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에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모두 순기능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성과도 괜찮다. 예산 투입 대비 더 큰 성과를 낸 업체가 적지 않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루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투자 유치 성과도 냈다. 회사 매출에서 바우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송영선 한국상용SW협회장은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수요기업뿐만 아니라 공급기업에까지도 사업과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재편을 계기로 부정 사업자를 근절하는 동시에 제대로 된 공급기업에는 정부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자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에도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요구도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잘못을 개선하는 것과 비대면 전환을 독려하는 일은 엄격히 구분해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중소 제조기업까지 비대면 환경을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보다는 진흥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 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