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유료방송 뉴노멀 기준 정립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년 이상 지속된 티캐스트와 LG헬로비전 간 방송채널 송출계약 관련 분쟁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에 따라 조정이 성립됐다. 조정안의 내용은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방송채널 송출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양 사가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원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티캐스트와 LG헬로비전 간 분쟁은 유료방송 플랫폼과 PP 간 해묵은 갈등의 하나로 간주하기에는 함의가 상당하다. 격세지감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다. 유료방송 시장 구조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를 수직적으로 결합한 MSP 구조가 유료방송의 대세인 시절이었다면 공론화됐을지 의문이다.

과거 MSP가 계열 M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 지불을 늘리거나 MSP 상호 간 교차적으로 MPP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늘리는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들만의 상부상조가 관행으로 통용된 것이었다.

그러나 IPTV 사업자의 잇따른 케이블TV 인수 또는 합병으로 MSP 구조는 해체됐다. MSP 구조 해체로 말미암아 MSP 간 협력도 사라졌다. MPP는 MSP라는 거대한 보호막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옛 CJ헬로비전-CJ ENM, 옛 티브로드-티캐스트라는 MSP 구조가 유지됐다면 티캐스트와 LG헬로비전(옛 CJ헬로비전) 간 분쟁은 수면 아래에서 일단락됐을 공산이 크다.

MSP 구조 해체로 티캐스트뿐만 아니라 CJ ENM 등 MPP는 홀로 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뿐만 아니라 MPP는 새로운 PP와의 경쟁도 불가피하게 됐다. 속된 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IPTV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명분으로 PP 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과거 케이블TV가 MPP를 거느린 것처럼 IPTV가 MPP를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IPTV가 PP 자회사를 우선 송출할 것임은 분명하다. MPP는 송출 기회 축소와 입지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MPP는 플랫폼과 방송채널 협상에서 독자 생존을 위해 전례 없는 강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MPP에 송출 기회 축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합리적 비용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 1994년 케이블TV 상용화로 유료방송이 시작된 이래 플랫폼과 PP 간 적정한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판단은 평행성을 달리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과 PP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상대방을 갑의 위치에서 횡포나 일삼는 사업자로 치부하고 스스로를 약자라고 자처한다.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PP 간 분쟁이 계속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분쟁 발생 때마다 규제기관의 중재 또는 조정에 의지할 수는 없다. 규제기관도 플랫폼도 PP도 모두 부담이다. 사회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

분명한 건 플랫폼과 PP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플랫폼과 PP 간 내분 또는 갈등은 자멸로 가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뉴노멀이라는 말이 보통명사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플랫폼, PP, 규제기관과 여기에 전문가가 유료방송 뉴노멀에 적합한 기준 정립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모두에게 손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