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역대급 사업보국'...이건희 유산 60% 사회 기부

[이슈분석] '역대급 사업보국'...이건희 유산 60% 사회 기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 일가가 이 회장 재산 6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감염병과 소아암, 희귀 질환 극복을 위한 의료 분야에 1조원을 기부하고, 이 회장이 소유했던 세계적 규모의 미술품도 사회에 기증한다. 12조원의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를 납부하고도 유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셈이다. 고인이 생전에 늘 강조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이행하고 향후에도 삼성 전체 계열사가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받들어 '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삼성 1조원 규모 '역대급' 의료 환원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을 내놓기로 했다. 삼성 일가가 거액 의료 환원에 나선 것은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와 가족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돕는 것과 동시에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고 사회적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다. 치료방법이 있으나 고가의 진단, 치료비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환아들에 대해선 실질 비용을 지원해주고 나아가 치료제 연구개발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경우 직접 치료 외에도 심리치료, 가정 돌봄, 가사, 육아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의료 공헌을 계기로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에서는 정부 정책과 예산만으로는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민간의 동참이 필수인 상황에서 이번 삼성가의 통 큰 기부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물관급 '이건희 컬렉션'…국가로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3000여점을 국립 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국립박물관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회장 뜻을 이행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기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족들은 지정문화재와 예술성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기관에 기증해 고인의 바람대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고 온 국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생전에 세계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 발굴과 후원에 적극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기증한 이 회장 소유 미술품은 고미술품 2만1600여점, 국내외 작가 근대미술품 1600여점 등 약 2만3000여점이다. 문화계에서는 이 회장 소장품에 대해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귀중한 컬렉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핵심 작가 작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번 기증으로 컬렉션의 수준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료 가치가 큰 작품도 수백점 기증돼 근대 미술사 심층적 연구에도 기여하게 됐다.

삼성 일가의 '통큰 기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 삼성'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역시 이 회장 뜻을 계승해 상생, 사회 공헌을 경영 전반에 강조해왔다.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12조원…연부연납 계획

삼성 일가는 이번 이 회장 유산 사회 환원 내용을 발표하며 12조원 규모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연부 연납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한 세액의 6분의 1인 2조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나눠 상속세를 낼 예정이다.

상속세 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모인다. 자금 조달은 개인 재산, 배당금, 대출 등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식 배당금으로 조달할 것이 유력하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특별 배당금을 포함해 총 1조3079억 원을 배당 받았다. 계열사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