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업계 1분기 호실적 행진

평택 P3 현장. <사진=강해령 기자>
평택 P3 현장. <사진=강해령 기자>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장비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일본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은 1분기 반도체 장비 분야 매출이 4154억엔(4조24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5% 늘었다.

TEL은 실적발표에서 “메모리 분야에서 선제적 투자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메모리 시장 강자인 한국에서 TEL 반도체 장비 매출이 114%나 오른 점이 눈에 띈다.

반도체 식각장비 분야 최강자인 램리서치는 1분기에 38억달러(4조2000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나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12억달러로, 영업이익률이 31%에 이른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팹 투자 환경 속에서 고객의 칩 미세화를 지원하기 위해 차별화한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은 1분기 매출 43억유로(5조8700억원), 영업이익 13억유로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5% 증가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장비업체의 실적 고공행진은 삼성전자, TSMC, 난야 등 국내외 칩 제조업체의 활발한 설비 투자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투자에만 8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등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조원)보다 41.7%나 증가한 것이다. 올해 176단 낸드플래시, 10나노급 4세대 제품인 14나노(㎚) D램 양산은 물론 평택 2공장 5나노 파운드리 가동을 위해 신규 라인을 갖추고 있다. TSMC는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애초 설비투자 예산을 280억달러로 잡았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300억달러(약 33조원)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메모리업체 난야도 12조원을 투자, 극자외선(EUV) 활용 메모리를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각 사 취합]
[자료:각 사 취합]

반도체는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필요한 장비도 크게 늘어난다. 미국 장비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 따르면 3나노 반도체를 만들 때 공정 수는 20나노 반도체를 만들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이에 따라 생산 라인에 들어가는 장비 수도 갑절 이상 증가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핵심 전공정 장비의 60~70%는 글로벌 장비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 칩 제조사 간 치열한 장비 확보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장비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핵심 관계자는 주요 장비사가 위치한 미국과 ASML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를 분주하게 오가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수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 오던 SK하이닉스도 설비 투자 계획을 바꿨다. 장비 수급 문제로 내년 생산량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해 내년 생산 능력 확대에 필요한 장비를 앞당겨 구매하는 모습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최근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장비 수급 시간이나 빡빡한 수급 상황을 고려해 내년 설비 투자액 일부를 올해 앞당겨 지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장비사 1분기 실적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1분기 장비 납기를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면서 “칩 업체들이 올 하반기 투자분을 상반기로 앞당겨서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