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 시대의 탄소중립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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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탄소중립이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을 줄이고, 줄이지 못한 분량은 최대한 제거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한다는 목표다.

이는 이상 기후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 닥쳐올 자연재해 수준을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목표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북극 얼음이 완전 소멸하는 수준의 기후 위기가 10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에서는 갑자기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을 물리쳐 평화가 찾아오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스스로 목을 조르고 있는 우리 손에서 힘을 빼야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 정부는 화석 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기업 공정 개선을 지원하며, 산림 등 자연 생태계를 활용해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탄소 발생을 억제하려는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입에 놓여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14년 1기가바이트(GB)를 넘어 6년 만인 2020년 10GB를 돌파했다.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산업을 떠올릴 때 흔히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을 연상하지만 정보통신 산업도 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메일 한 통을 보내는 데도 데이터 서버가 필요하고, 서버는 전기로 운영된다. 2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데이터가 출입하며 막대한 열이 발생하고, 쉼 없이 가동되는 서버의 열을 식히는 데 그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 오늘날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에서 1년간 사용되는 전력량은 약 205테라와트시(TWh)며 이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두 나라의 한 해 총 전력 소비량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다행히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일찌감치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에 사용한 최적화 기술을 자사 데이터센터 전력 운용에 적용해 냉각 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었으며, 현재는 필요한 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를 해상 풍력발전소와 결합해 추가 전력 없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운영하는 실험을 6년째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는 춘천에 설립한 데이터센터 '각'의 냉각에 산에서 불어오는 자연풍을 이용하도록 설계했고 외벽에 수풀을 덮어 여름의 열기와 겨울의 한파를 차단했다. 도시와 가까운 데이터센터는 거꾸로 남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한다. 페이스북이 덴마크 오덴세에 가동할 데이터센터는 인근 7000여 가구에 온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한 해에 200TWh가 넘는 전력을 사용하지만 스마트폰에 의한 데이터 폭증이 발생하기 전인 2010년의 전력 사용량이 이미 194TWh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전력 사용량 억제라는 결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 제로를 넘어 기존에 배출된 탄소까지 제거하겠다는 '탄소 네거티브' 계획을 밝혔다. 20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증명해 온 혁신 역량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희망한다.

이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jehyunlee@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