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이용·보급 시책, 업계는 기다리는데 산업부는 외면

액화석유가스(LPG)법에 명기된 'LPG 이용·보급 시책'이 나오지 않아 업계 속이 타고 있다.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책 수립을 한 차례 건너뛴 데 이어, 올해 다시 시책을 수립해야 할 기한이 돌아왔지만 외면하고 있다.

한화토탈 LPG탱크. [자료:한화토탈]
한화토탈 LPG탱크. [자료:한화토탈]

11일 LPG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해 만들어야 할 'LPG 이용·보급 시책' 작업에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

보통 전문기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시책을 수립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시책을 마련하려면 빨리 연구용역 발주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산업부는 '하긴 해야 하는데, 필요할까'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17년 LPG법에 산업부가 수급상황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2년마다 액화석유가스 이용·보급 시책을 수립해 시행하라는 항목이 신설됐다. 그렇지만 산업부는 법 개정 후 2년이 지난 2019년 말 에너지경제연구원을 통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내부 정책 참고자료로만 활용했을 뿐 대외적으로 'LPG 이용·보급 시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해 다시 시책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에 따라 산업부 입장에서는 시한마다 LPG 이용·보급 시책을 만들긴 해야한다”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LPG가 대부분 수입되는 상황으로 수급에 차질이 없고, 법에 명기된 내용은 의례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가스 정책이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수입 물량이 비중이 큰 LPG산업에 정책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제도가) 담길 여지가 적기 때문에 (시책 수립 여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LPG업계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직무유기'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LPG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위기상황임에도 정부에서 법에 명기된 이용·보급 시책조차 수립할 의지가 없다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

업계는 LPG를 이용·보급 정책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LPG 수요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PG하이브리드차 개발, LPG선박 보급(벙커링), LPG유통구조 개선, LPG상용차(1톤트럭·승합차) 보급 확대, 셀프충전소 도입, LPG개질 수소 인프라 보급, LPG배관망 사업 확대 등 업계 현안 사업이 시책에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LPG도 LNG처럼 정부가 중장기 수급·공급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의한 사업을 추진하면 시장 예측이 가능하고 미래 투자나 체계적 사업추진이 가능해지는 등 LPG산업이 활성화될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국내 연간 LNG 소비량은 약 4000만톤 내외이고, LPG 소비량은 4분의 1인 1000만톤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다. 정부는 최근 14차 천연가스 장기 수급계획을 발표했지만 LPG 수급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