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디지털화폐와 금융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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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의 디지털경제]디지털화폐와 금융의 미래

과거 경조사에 참석이 어려울 때면 참석자를 찾아 대신 축의, 부의 전달을 부탁하거나, 경사나 애사를 맞은 분의 은행 계좌번호를 확인해서 축하나 애도의 뜻을 표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페이서비스를 통하면 상대방의 전화번호 또는 SNS 연락처만 알아도 송금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축하, 위로 메세지와 함께 경조사비를 전달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핀테크(Fintech)로 불리는 디지털 기술의 금융에의 접목은 우리 생활에서 금융의 의미를 바꾸어 놓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금융을 변화시킨 M-Pesa와 같은 모바일 송금서비스,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케 했던 페이팔, 알리페이 등 지불결제서비스, 스타트업들에 새로운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한 키바(Kiva)와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일반인 간의 자금 대여를 가능케 한 랜딩클럽(Landing Club) 같은 P2P 금융 플랫폼 등 디지털금융서비스는 금융산업에 혁신적 변화를 초래했다. 이제 우리는 현금과 크레디트카드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교통비, 식사비, 공연티켓, 경조사비 등을 지불하고 창업 자금, 판매 대금을 수령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핀테크를 통한 금융산업의 혁신을 넘어 금융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화폐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있다. 2020년 10월 바하마 정부가 세계 최초로 샌드달러(Sand Dollar)라는 디지털화폐를 발행한 후, 현재 EU를 포함해 미국, 영국 등 50여개의 국가가 디지털화폐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주요국 중 디지털화폐 도입에 가장 앞선 중국은 2020년 10월부터 선전(深圳)을 중심으로 디지털위안(e-yuan)을 83만여명을 대상으로 시험 중에 있고, 우리 한국은행도 올해 하반기부터 디지털화폐를 테스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면 민간의 페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직접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앱을 통해 경조사비를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의 커버스토리 제목인 '정부코인:금융을 바꾸는 디지털화폐(Govcoins:The digital currencies that will transform finance)'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그 교환 가치가 실제 화폐와 똑같이 인정되고,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향후 기존 금융산업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화폐는 국제통화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디지털화폐가 보급되면 주요국의 디지털화폐가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중요한 통화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미국 달러의 국제 기축통화로서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예상되는데, 디지털화폐의 선두국가인 중국은 이미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사용 테스트를 완료했고, 내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제적으로 디지털위안화를 사용하는 것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적극적인 디지털위안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EU도 국제기축통화로서의 달러와 유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디지털화폐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등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와 우리나라의 교역규모, 관광 등을 통한 인적교류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디지털화폐 도입과는 무관하게 주요국의 디지털화폐 보급과 사용은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디지털원화'의 도입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분석과 주요국의 디지털화폐 보급과 유통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정교한 디지털화폐 정책을 마련해서 디지털 국제금융질서에서 대한민국의 화폐주권이 보호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