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5G 2주년, 문제는 융합서비스다!

[ET단상]5G 2주년, 문제는 융합서비스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두 돌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2년 동안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세계 시장 1위, 장비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해외의 5G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모바일 분석 회사 오픈시그널의 2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G 데이터 전송 속도와 커버리지 모두 세계 1위다. 이통 3사의 농어촌 5G망 공동 구축을 통해 글로벌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서 시작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강국'의 위상이 5G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5G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주로 5G의 불완전한 통화 지역이 큰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5G 이동전화 이용에 불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동전화는 여전히 잘 터지고 인터넷이나 콘텐츠 이용에는 끊김이 없다. 소비자에게 불만이 있다면 그 원인이 통화 가능 지역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이통 역사는 통신망 진화의 과정이자 콘텐츠·플랫폼·통신망·단말기로 이어지는 생태계 혁신 역사이다. 그리고 그 한 축에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킬러 콘텐츠'가 있었다. 1세대인 아날로그 이동전화는 '음성통화'가 핵심이었다. 유선의 속박에서 벗어나 '통화의 자유시대'를 열었다. 2세대인 디지털 이동전화는 '문자서비스'였다. 소통 수단을 '말하고 듣기'에서 '보고 쓰기'로 넓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서막을 연 셈이다. 3세대인 와이드밴드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의 '킬러 콘텐츠'는 '무선인터넷'이었다. 비록 이통사가 인터넷을 직접 운영하는 폐쇄적 방식이었지만 벨소리, 화보, 게임 등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를 '인터넷 세계'로 이끌었다. 4세대인 롱텀에벌루션(LTE)은 우리의 일상이 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국민 누구나 컴퓨터를 한 대씩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5G 소비자 불만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즉 '5G 킬러 콘텐츠' 부족에 있다. 5G가 LTE보다 4배 이상 빠르다지만 고화질(HD)급 동영상 시청에는 별 차이가 없다. 5G는 사용자의 체감 속도만으로 성공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 5G는 초고속 다운로드뿐만 아니라 초연결·초저지연을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과 융합의 토태를 마련하며, 자율자동차·스마트공장·금융·인공지능(AI) 등 새롭고 다양한 융합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5G가 통신기술 진화를 넘어 일상을 변화시키고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경제질서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최근 5G 관련 논란은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떠올린다. 19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논의할 당시 국내 차량은 6만대에 불과했다. “고속도로 건설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1970년 완공 이후에도 1977년까지 하루 교통량은 3만대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화물차보다 자가용이 많아 '관광도로'라는 놀림도 받았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는 산업 발전과 '국가 산업화의 대동맥'으로 거듭났고, 2019년 기준 하루 166만대 차량이 이용하는 국가 도로교통의 중추가 됐다.

초기 5G 시장에 대한 우려는 융합서비스 기술 개발과 5G 상용화 간 시점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5G 융합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미래 산업경쟁력의 핵심이다. 글로벌 국가 간 5G 융합생태계 선점 경쟁은 가속되고 있다. 지난 시기 미국은 LTE 망을 선도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애플·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국방혁신위원회는 자평했다. 넷플릭스가 우리 안방을 차지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산업표준을 선점한 국가가 글로벌 생태계를 장악한다. 미·중 간 격한 대립도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을 넘어 선도독식(Leading takes all)의 5G 시대이기 때문이다.

50여년 전 문제가 고속도로가 아니라 운행할 차량에 있었듯이 지금의 과제는 5G망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킬러 콘텐츠', 즉 5G 융합서비스에 있다. 정부는 올해를 '5G플러스 융합생태계 조성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다. 이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5G 생태계 참여자 모두의 책무다. 민간의 투자 의지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도 시급한 시점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넘어 '5G 선도 강국'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을 더 큰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

박용완 영남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ywpark@y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