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에 찬바람만…'마이너스 성장' 공기청정기, 해외서 활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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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생 가전으로 승승장구하던 공기청정기 부진이 심상치 않다. 2019년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더니 성수기인 1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 가전시장 한 축을 맡았던 공기청정기 부진에 업계는 서둘러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3일 시장조사기업 GfK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소비자용 공기청정기 시장은 약 19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약 2800억원) 대비 33%가량 줄었다. 미세먼지, 황사가 극성이던 2019년 1분기 판매규모(약 4800억원)와 비교하면 2년 새 반 토막 이상 났다.

공기청정기는 전통적으로 대기질이 좋지 않은 봄·가을이 성수기다. 특히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가 들끓으면서 1분기에 수요가 몰린다.

1분기 공기청정기 판매 현황(출처: GfK)
1분기 공기청정기 판매 현황(출처: GfK)

그러나 지난해부터 성수기인 1분기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전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1~4분기별 판매 비율은 '5:2:2:1'가량이었다. 지난해부터는 '4:2:2:2'로 1분기 비중이 줄었다. 공기청정기가 특정 시즌에만 판매되는 가전이 아닌 사계절 상품으로 진화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요 감소 요인이 크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올해 1분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0% 마이너스 성장했으며 4월에는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해 3%가량 늘었다”면서 “그럼에도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포화상태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는 환경·위생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정의 필수가전으로 성장했다. 가전업계는 물론 렌털 업계도 매출의 20~30%를 담당할 정도로 핵심 사업 영역이다. 하지만 1분기 부진은 물론 지난해 전체 시장도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든 7000억원에 그쳤다.

급속한 시장 위축은 높아진 보급률과 대기질 개선, 코로나19 유행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 7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연도별 공기청정기 보급률 추이
연도별 공기청정기 보급률 추이

또 정부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도를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줄었고, 올해 1분기는 저온 현상과 비가 자주 내려 수요가 더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족이 늘었지만 이미 상당수가 공기청정기를 보유해 신규 수요도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시장이 부진하면서 렌털 업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에 눈을 돌린다.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떨어지는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 등 지역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상황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대형 산불로 공기청정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코웨이, 쿠쿠 등 주요 기업 실적도 대폭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미국시장에서 공기청정정기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177%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좋다”면서 “해외에서 공기청정기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 부진을 상쇄하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