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연기론에 '빅3' 신경전…2위 자리 두고 후보간 물밑 작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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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를 두고 대권 주자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선 연기에 반대를 표하는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연기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 정세균 전 총리는 지도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를 두고 대권 주자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선 연기에 반대를 표하는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연기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 정세균 전 총리는 지도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의 '빅3'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경선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는 9월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계파들은 '현상 유지' 또는 '경선 연기' 가운데 어느 것이 유리할지 셈법 계산에 나섰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6개월(180일) 이전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대선은 내년 3월이다. 절차에 따라 오는 6월 예비경선을 열어 6명의 후보를 선출한 후 9월에는 당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경선이 연기되지 않으면 이 일정대로 진행된다.

경선 연기론을 두고 대선 주자마다 다른 입장을 표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이 높은 측에서는 경선 전까지 리스크를 최대한 관리하면서 예정대로 경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 반면에 지지율이 뒤처진 주자들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서 경선을 치르려고 한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1일 실시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 대상의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결과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24.4%, 이낙연 전 대표 13.0%, 정세균 전 총리 4.3% 순으로 나타났다.

당내 지지율 1위인 이 지사는 경선 연기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지사는 12일 '경기도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토론회'를 마친 뒤 '경선 연기' 질문에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합당하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사는 “더 길게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표는 중립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는 말씀만 반복하고 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면서 “그런 문제를 당이 이른 시일 내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경선 연기에 긍정적이다. 11일 광화문 포럼 행사 후 “당 지도부가 최선의 숙고와 검증·논의를 통해 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면서 “(일정 조정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 지도부가 후보 의견을 청취하고 그것을 잘 조율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선 일정을 유지하든 미루든 이 지사는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가 반대 입장을 계속 유지하다 마지막에 경선 연기를 받아들이게 되면 지지율 1위 후보의 '대인배'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2위인 이 전 대표는 2위 굳히기를 위해 결선 일정 연기에 유보적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연기론을 두고 조용하다.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본경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위와 2위 결선투표가 한 번 더 열린다. 결국 2위 자리를 두고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경쟁한다는 이야기다. 이들 두 사람 가운데 2위가 되는 사람이 문파와 호남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결선에서 이 지사와 붙어 볼 만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현재 지지율이 낮은 정 전 총리 측은 당내 가장 큰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지율 역전을 꾀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측 역시 본경선 2위를 하고 결선 투표 반전을 노린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로 지낸 만큼 결선에서 이들의 연대가 이뤄지면 반전 스토리를 쓸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다. 당내 관계자는 16일 “두 사람 모두 호남에, 문 정부 총리 출신이기 때문에 자신이 되지 않으면 이 지사 측으로 가기보다 상대방을 민다는 암묵적인 신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