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론 머스크의 머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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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론 머스크의 머니게임

이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유력하다. 갑작스런 변덕과 정제되지 않은 언행을 쏟아내며 가상자산 시장 혼란을 유도하고 있는데, 도무지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 아직 제도권 밖에 있다는 점을 악용, 시세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지지 세력으로 여겨져 왔다. 올해 초 15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3월에는 테슬라 전기차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실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타고 비트코인 시세도 4월 고점 기준 82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전통 금융권과 대립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달부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의 환경 파괴 영향 등을 이유로 갑작스레 비트코인 지지를 철회하고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도 도입 두 달여 만에 중단했다.

최고경영자로서 고심 끝에 내린 사업적 판단이라면 비난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그에 맞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이와 관련 진지하게 학술 토론을 제안하는 저명인사에게 반 장난식으로 응수했고,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 역시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에도 모호한 답변을 남기며 시장 혼란을 가중했다. 이런 행보는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해 유희를 즐기는 '관종'이라는 평가에 더 부합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일부러 가상자산 시장에 혼란을 유발해 시사점을 던지고자 한다는 음모론도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급등락하는 시장이 과연 탈중앙화 철학에 적합한지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탈중앙화 시대에 맞는 저항과 견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꿈보다 해몽, 머스크의 변덕이 가상자산 시장 성숙에 한층 더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