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포드와 합작사 설립…완성차와 밀월 구축하는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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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GM 이어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각국 친환경 정책에 전기차 급증 예고
업계, 삼성SDI도 완성차 손잡을지 관심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려는 완성차 업체와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려는 국내 배터리 업체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로, 업계 합종연횡이 빈번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셀.<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셀.<사진=SK이노베이션>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에서는 파우치 배터리가 생산될 계획으로, SK이노베이션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약 20기가와트시·GWh)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건 처음이다. 포드는 미국 2위 완성차 업체로 기존 내연기관차를 탈피하고 전기차 사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았다.

포드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220억달러(약 25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는 중으로, 전기차 핵심 동력인 배터리 마련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SW)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제는 안정적인 배터리셀 생산을 보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사(얼티엄셀즈)를 설립했다. 양사는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 배터리 제1 공장을 건설 중이며, 지난 4월에는 추가로 테네시주에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2개 합작공장에서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1회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제2 합작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제2 합작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그동안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 공장을 세워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공동 투자를 통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는 건 보다 긴밀한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완성차 업계에 배터리 확보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각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3년부터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7% 초과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2025년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배터리 공급 외 추가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합작사 설립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글로벌 완성차 회사 간 또 다른 협력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그동안 합작사를 세운 사례는 테슬라-파나소닉, 폭스바겐-노스볼트, 토요타-파나소닉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 1, 2위 완성차 회사인 GM과 포드가 한국 배터리를 찾고, 일부 합작사의 경우 배터리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협력 관계가 탄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증설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삼성SDI가 유럽 공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SDI와 완성차 회사의 협력이 가시화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은 오랜 기간 개발이 필요하고 양산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하고 있지만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포드 F-150 전기 트럭을 시운전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포드 F-150 전기 트럭을 시운전하고 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