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 임원 선임 뒤 DB하이텍 첫 방문…반도체 경영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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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반도체 사업 챙기기에 나섰다.

지난달 1일부로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이 된 김 전 회장은 지난 21일 DB하이텍을 방문했다. 그는 DB하이텍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기 전 회장이 경영 복귀 뒤 현장 방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2017년 9월 경영에서 손을 뗀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DB아이앤씨 미등기 임원 선임에 이어 4월에는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이 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복귀를 알렸다.

창업자로서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살려 주요 사업에 대한 자문과 조언자 역할을 위해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는 게 DB그룹 측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국내 대표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을 일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1997년 설립된 동부전자가 모태인 DB하이텍은 오랜 적자로 '미운오리' 신세였다. 하지만 꾸준한 투자로 파운드리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5G, 사물인터넷,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DB하이텍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8인치 파운드리는 공급 부족으로 회사는 지난해 매출 9000억원을 넘었고 올해 1분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2437억원)을 기록했다.

DB하이텍은 그동안 보수적 경영 기조를 보였다. 수요가 넘쳐도 투자를 통한 공격적 증설보다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지난 2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파운드리 라인 증설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내공을 쌓은 뒤 진행해야 할 거 같다”며 증설 투자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부족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선언하고, SK는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등 시장 판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을 위해 파운드리 투자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업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경영에 복귀한 김준기 전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어떤 조언이나 방향성을 제시했을 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B그룹 측은 김 전 회장이 DB하이텍 방문을 확인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DB하이텍 부천 팹.<사진=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팹.<사진=DB하이텍>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