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용의 디지털 창(昌)]<5>디지털 헬스케어 AI 전문기업 육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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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용의 디지털 창(昌)]<5>디지털 헬스케어 AI 전문기업 육성하자

미국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는 최근 펴낸 '인공지능(AI)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 2020'에서 AI 활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질 5대 분야로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사이언스, 제조업, 금융업, 공급망 관리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는 AI 융합을 통해 산업적 파급효과는 물론 국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AI 융합을 통한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20% 이상 성장, 오는 2025년에는 반도체 시장에 버금가는 최대 5040억달러가 될 것으로 가트너는 전망했다. 이 밖에도 의료비용 절감, 질병 진단 시간 단축 및 정확성 향상 등 의료서비스 질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미래 중요 산업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 및 의료 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는 6조4000억건에 이르며,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은 92%로 세계 1위다. 또한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한 의료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이에 특화된 AI 전문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대형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 AI 전문기업 대부분은 규모가 작아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2018년부터 3년 동안 추진한 '닥터앤서'가 좋은 사례다. 닥터앤서는 진료데이터, 의료영상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질병을 개인 특성에 맞춰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AI 기반 지능형 의료 소프트웨어(SW)다. 뷰노, 이지케어텍 등 22개 AI 전문기업과 26개 대형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8대 질환 대상으로 21개 솔루션을 개발했다. 평균 5년이 소요되던 소아희소질환 진단을 15분 이내로 단축하고, 80% 수준이던 대장용종 판독 정확도를 92%로 높이는 등 질병 진단 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에서 성과를 거뒀다. 올해 추진하는 '닥터앤서2.0' 사업은 12대 질환 솔루션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AI 전문기업이 정부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는다면 기술력 향상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증에 들어가는 'AI융합 신규 감염병 대응시스템' 'AI융합 의료영상 진료·판독시스템' 'AI응급의료시스템' 같은 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전문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디지털 헬스케어 AI 전문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다. 기업이 AI 솔루션을 개발해도 의료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면 상용화가 어렵다. 이를 위해선 기존과 다른 AI 의료기기 특성을 반영한 절차와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보험 수가 반영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다행히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이에 힘입어 AI 의료기기 허가 건수가 2018년 4건에서 2020년에 58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닥터앤서도 6종 의료기기가 인허가를 받아 의료 현장에 활용되고 있는 등 보험 수가 반영으로 결실이 맺어진다면 확산이 가속화돼 국민 체감과 산업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셋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과 현지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국가마다 의료체계, 의료기기 승인 절차, 의료법 등이 상이하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공적 영역에 해당하는 분야다. 이에 따라 현지 진출을 위한 국가 간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정부와 공공의 역할이다. 또한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 발굴, 제품·서비스 현지화 지원 등 기업이 현지 시장 진출에 필요한 지원도 해야 한다.

닥터앤서가 작년 7월 사우디 국방보건부 산하 6개 병원에서 교차검증을 완료하고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코로나19 같은 신규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세계적으로 의료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 반도체 규모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또한 저렴한 의료비용,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 실시간 예후 관리 등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반드시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산업계·의료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