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선수 후원 봇물, 골프단 홍보효과 '눈길'

국내 남녀프로골프 후원기업 100여곳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규모부터 업종도 다양
'역대급' 호황 골프시장, 골프선수 후원기업 증가세 지속예상

동종업간 경쟁으로 관심을 끌었던 동부건설 지한솔(왼쪽)과 대방건설 정연주의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4위전 경기모습.
동종업간 경쟁으로 관심을 끌었던 동부건설 지한솔(왼쪽)과 대방건설 정연주의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4위전 경기모습.

프로 골프선수 후원 기업이 늘고 있다. 골프인구가 급증하면서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및 금융권이 대세였던 후원기업 범위도 최근에는 중견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후원기업의 업종도 다양해졌다. 코스메틱 브랜드를 시작으로 중소 정보기술(IT) 기업과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 기업들까지도 프로 골프선수의 메인스폰서로 나서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골프대회 시청률도 후원기업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SBS골프가 중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평균 시청률이 0.562%(이하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찍으며 2008년 대회 창설이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후원기업이 늘면서 골프구단(골프단)도 증가하고 있다. 골프구단은 같은 기업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 속한 팀으로 선수들은 같은 기업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선다. 4월 기준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메인후원 기업이 100개에 달하고 남녀 각 2명 이상 선수들을 후원하며 골프단 구색을 갖춘 기업만 40여곳에 이른다. 대기업 위주 골프단이 대부분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전체 골프단 규모가 두 세배 이상 커졌다는 평가다.

골프단이 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윗선의 선심성 후원도 있었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골프 시장에서 투자에 따른 효과는 '돈 값'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 기업들은 투자 효과를 결정하는 선수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선수 구성부터 시즌 전 전지훈련은 물론 시즌 중 선수관리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후원기업간 경쟁, 자존심 대결로 흥미거리 'UP'

기업간 경쟁분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골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순위를 다투는 대기업 간 경쟁부터 동종업계 자존심 싸움까지 흥미거리가 크게 늘었다.

개인스포츠인 골프 특성 상 우승 선수에만 집중됐던 관심이 구단간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프로골프대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벌어진 건설사간 경쟁이 예라 할 수 있다.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이 대회 토너먼트 경기 중 건설사간 맞대결이 네 차례에 달했고 특히 3, 4위전에서는 동부건설과 대방건설이 벼랑끝 맞대결을 펼치며 동종업계간 자존심을 건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1부 무대에만 집중됐던 선수후원이 2부 이하 하부투어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는 큐캐피탈파트너스가 KLPGA투어 드림투어 대회 스폰서로 나섰고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참여가 늘면서 1부 투어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계약이 가능한 2부투어 선수들에게도 후원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골프선수를 후원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선수 후원이 보여주기식 후원에서 바뀌고 있다. 가성비는 물론 미래를 고려한 투자가 늘고 있다. 주니어때부터 후원하며 선수를 키우기도 하고 지금은 하부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찾으려는 노력도 많아졌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프로 골프선수 후원기업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2030 젊은 층 골퍼들의 골프인구 유입에 따른 팬 층 확대가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프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프로골프 선수 후원에 대한 기대치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과거에도 선수 후원에 관심은 있었지만 골프가 개인스포츠라 후원사보다는 선수 개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게 사실이다. 선수 모자에 새겨진 로고가 많이 노출된다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효과를 장담하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이젠 구단들이 늘면서 구단간 경쟁에 따른 기업노출이 늘었다고 느낀다. 게다가 젊은층이 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도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