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무더기 유의종목 지정 '날벼락'…발등에 불 떨어진 가상자산 거래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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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 무더기로 '유의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도하게 많은 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을 공산이 낮아지면서 '불량 코인' 정리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프로빗은 이달 에이블(ABLD), 알보스코인(ALB) 등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거래 종료가 확정된 코인도 총 37종에 이른다.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은 거래소 공지 게시 시점부터 출금만 지원되며, 입금은 금지된다. 이후 일주일 동안 해당 코인에 대한 심층 검토를 통해 최종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거래지원까지 종료된 코인은 해당 거래소에서 더 이상 거래가 불가능, 통상 가치가 크게 폭락한다.

원칙적으로 코인 유의종목 지정 사유는 법적 문제, 제품·기술적 문제, 시장성 문제, 프로젝트 팀 영속성 문제 등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이처럼 유의종목으로 무더기 지정되는 것은 애초 상장 과정에서부터 심사가 부실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프로빗은 기존 상장된 코인 종류가 500개 이상으로, 대형 거래소인 빗썸·업비트 등과 비교해도 세 배나 많다.

불량 코인 정리 분위기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전반에서 관측된다. 포블게이트도 지난달 기준 펄스(PLS), 스터디데이터토큰(SDT) 등 20여개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빗썸 역시 이달 오로라, 드래곤베인, 디브이피 코인 등에 대해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애터니티와 비트코인 캐시 에이비씨에 대해선 투자 유의종목 지정을 연장했다.

거래소 '코인 정리'가 가속된 것은 이달 은행연합회가 실명확인계좌 기준으로 새롭게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새 가이드라인은 시중은행들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항목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자산(코인)의 안정성'이나 '오더북 공유 여부'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은 없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주요 요건의 하나로 작용할 것이 전망된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권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취급하는 코인 종류가 많을수록 거래소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200개 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보다 100개 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를 더 안전한 거래소로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더기 유의종목 지정은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철저하게 상장 심사에 임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면서 “향후 대규모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어 해당 코인에 투자한 이용자들의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