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자암호통신 사업화, 제도적 뒷받침 선행돼야

[기자수첩]양자암호통신 사업화, 제도적 뒷받침 선행돼야

양자암호통신이 기술 개발을 넘어 상용화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상회담에서 양자 분야 기술 협력과 인력 교류를 약속했다.

후속 조치로 정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지능사회정보진흥원(NIA), 이동통신사, 장비 제조사와 공공·민간 영역에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자암호통신 초기 생태계를 구축,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통사와 장비 제조사 등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시범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실제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 현재 스위치 등 일부 통신장비를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부법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보안적합성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공통평가기준(CC) 인증이나 암호모듈검증(KCMVP)을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양자암호통신망 전송장비는 보안 검증 대상이 돼야 하는지, 검증 절차를 생략해야 하는지 등 원칙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통신망을 구축할 때 전송장비는 보안 장비가 아니라고 여겨서 보안성 검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암호통신 망은 핵심 기술이 전송장비에 적용, 연동돼야 하는 만큼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통과돼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5년 이내 범위에서 보안 조치를 유예할 수 있다는 내용이 삭제돼 있다.

양자암호통신 전송장비를 보안 검증 대상으로 지정할지, 제외할지 등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검증 대상으로 지정되면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장비 개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기준이 있어야 요구 사항에 맞춰 현장에 적합한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

시범 인프라 사업을 통해 공공, 산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된다. 다양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실증에서 끝나지 않고 사업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가 국가정보원과 협의해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