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전기차 체험지로 뜨는 '제주'...차량·인프라 확충 지속

업계, 친환경차 프로그램 참여 확대
롯데-SK렌터카, 전기차 전환 가속
충전기 4012기...200기 추가 계획
현대차 '탐라는 전기차' 홈피 오픈

[이슈분석] 전기차 체험지로 뜨는 '제주'...차량·인프라 확충 지속

세계적 환경 규제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규제를 고려해 전기차 라인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는 폭발적 성장을 보이진 않고 있다. 아직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관광지 제주도가 전기차 체험 마케팅을 위한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관광객은 렌터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렌터카 업체들마저 전기차로 100%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서 전기차 체험 기회는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판매량 급증의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렌터카, '내연기관→전기차' 대차 가속

제주도 렌터카 업체는 지난 2018년 9월 도가 실시한 렌터카 총량제로 신규 등록할 수 없지만 내구연한이 끝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건 가능하다. 롯데렌터카, SK렌터카가 '친환경차 100% 전환 프로그램(K-EV100)'에 참여하면서 대형 렌터카 업체를 중심으로 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렌터카는 114개 업체 2만9658대다. 이중 전기차는 전년 대비 693대 증가한 3359대다. 증가폭은 2019년 323대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렌터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3%로 증가했다. 제주도가 렌터카 신규 등록을 받지 않고 있어 전체 등록대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증가폭의 성장은 의미가 크다.

가장 많은 렌터카를 운용하는 SK렌터카는 국내 최대 규모 전기차 전용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기존 SK렌터카의 세컨 브랜드 '빌리카'가 사용하던 부지 7200평에 조성된다. 제주공항에서 셔틀로 2분 거리다. 올해 공사를 시작해 내년까지 완공한다. 전기차 총 3000여대 운영을 위해 조성된다.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렌터카 2947대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렌터카 총량제 규제 변경에 따라 대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기차 운용 모델은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 6' 등을 시작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수입차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어 소비자 선택권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렌터카는 전기차 전용단지를 통해 연간 입도객 10% 수준인 130만명에게 전기차 이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일문 SK렌터카 대표는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친환경 전기차 확산을 위해 고객에게 전기차 이용 경험을 갖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단지 조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 2395대를 운용하는 롯데렌탈도 장·단기렌터카의 전기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만 전국적으로 전기차를 최대 4000대 추가 구매할 계획이다. 대다수가 장기렌터카지만 제주도에도 일부 배치될 예정이다.

렌터카가 전기차 도입 의지가 강해진 건 주행거리 증가 덕분이다. 각 업체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차량이 내놓으면서 주행거리뿐 아니라 충전시간도 짧아졌다. 여기에 초고속 충전기 인프라 확충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렌터카 이용자는 평균 2.5일을 빌려 약 400㎞를 주행한다”며 “주행거리 개선으로 충전이 필요없거나 충전해야 하더라도 소요시간이 짧아져 이용자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차·제주도, 초급속 충전기 늘린다

제주도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제주도 전기차 충전기는 4012기다. 올해 약 200기가 추가 구축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서귀포지점에 350㎾ 초고속 충전기 하이차저를 구축한 데 이어 2022년까지 도내 4개소를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현대차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350㎾ 초고속 충전기는 800V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의 경우 18분 내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5분만 충전하면 100㎞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수입차 차량 일부 모델도 하이차저를 통해 충전이 가능하지만, 충전 요금 할인 혜택은 현대차·기아 차량만 누릴 수 있다. 제주 단기렌터카에서 현대차그룹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으로 렌터카 이용자에게 영향은 제한적이다.

제주도도 전기차 충전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설치된 50㎾ 급속충전기에 50㎾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병합해 100㎾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형태다. 50㎾ 급속충전기를 그대로 활용하기에 추가 예산 투입이 적다. 코나, 니로 기준으로 80% 충전까지 소요시간이 40분에 달했으나 20분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제주 전기차 충전서비스 특구' 실증 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올해 말 실증 기간이 끝나지만 하반기 중소벤처기업부에 2023년 12월까지 임시허가 신청을 받아 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제주 전기차 이용편의 촉진

현대차는 제주도에서 전기차 이용편의를 높이기 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탐라는 전기차'도 오픈했다. 전기차와 관련해 산재된 각종 정보를 한 곳에 모았다. 대다수의 고객들이 렌터카를 통해 전기차를 처음으로 접하는 곳인 제주도에 특화된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탐라는 전기차'는 △전기차 소개 △슬기로운 전기차 여행 △충전 및 문제 대처법 △제주 전기차 충전소 찾기 △제주 전기차 뉴스 등의 콘텐츠로 구성된다. 전기차 잠재 고객과 일반 대중들이 전기차에 대해 갖는 있는 막연한 거리감과 장벽을 없애고 친밀감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에서 '전기차 안심출동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기차 주행 중 갑작스러운 배터리 방전으로 고객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무상으로 차량을 견인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