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트업 위해 2사옥 1개층 통째로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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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네이버가 올해 하반기 입주하는 경기도 분당 제2사옥에 스타트업 전용 공간을 마련한다. 전용 공간은 네이버와 스타트업이 함께 실험하고 교류하며 동반성장하는 장소로 조성된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8일 “연내 완공을 앞둔 네이버 제2사옥에 네이버와 기술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면서 “이 공간은 기술 스타트업과 네이버가 다양한 기술을 함께 실험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을 위해 제2사옥 1개 층을 통째로 비웠다. 전용 공간은 '콜라보라토리(Collaboratory)'라는 컨셉 아래 벽을 허문 공간이다. 네이버와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양 리더는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에서 서로가 새로운 자극을 주고 받으며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마주할 것”이라면서 “일방향이 아닌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네이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네이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지원조직인 D2SF는 2015년 출범, 올해 6주년을 맞았다. D2SF는 출범 이후 70개 스타트업에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팀 중 65%는 법인 설립 후 첫 투자금을 유치한 파트너가 D2SF였다.

양 리더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초기 단계라도 기술 가치와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하고 성장을 돕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B2B 분야 스타트업이 80%임에도 전체 투자팀을 보면 생존율 99%, 후속투자유치 성공율 70%, 전체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8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는 “반도체 개발 특성상 긴 시간과 많은 인력 투자가 필요한데 법인도 설립하지 않은 2017년 당시 우리 비전에 공감하고 힘을 실어준 유일한 투자자가 네이버 D2SF였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그만큼 기술의 가치, 기술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이며 D2SF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건 네이버의 뛰어난 기술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았다는 인증과 같다”고 소개했다.

양 리더는 D2SF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기술 스타트업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네이버 다양한 조직과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코디네이터'임을 강조했다. 실제 D2SF가 지난해 818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D2SF에 가장 기대하는 항목 1위가 '네이버와의 교류·협력'이었다.

일례로 창업 직후 D2SF 투자를 유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라이는 네이버랩스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구축했다. 네이버랩스는 이를 활용해 고도화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ALT에 탑재했다.

지난 6년간 D2SF를 통해 네이버 내 각 조직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한 스타트업만 670여 팀에 이른다.

교류가 M&A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7년 네이버가 인수한 AI 챗봇 모델링 스타트업 컴퍼니AI, 2019년 스노우가 인수한 버즈뮤직, 지난해 네이버웹툰에 인수된 스타트업 비닷두(V.do)가 대표적이다.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는 “네이버와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국내 수많은 AI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D2SF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도 상당수의 고객사와 파트너를 만났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