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평사법 개정 논란] 〈하〉 "독점 우려 해소할 명확한 기준, 안전 장치 필요"

IP 가치평가 협업 필수인데
전문성 없는 감평사가 독점
변리사-IP서비스기업 반발
이해관계자 불신 해소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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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평사법 개정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논란 핵심은 감정평가사의 산업재산 가치평가 업무 독점 여부와 전문성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독점과 무관하고 전문성 훼손 우려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변리사, 지식재산(IP) 서비스 진영은 감평사 독점은 물론이고 전문성도 우려된다고 맞받고 있다.

국토부는 감평사법이 개정되더라도 변리사와 IP서비스기업이 특허가치평가, 기술가치평가 등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변리사·IP서비스기업이 수행하는 특허 또는 기술가치평가 업무가 감정평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법적으로 규정된 감정평가 업무를 구체화한 것으로 변리사 업무 혹은 기술가치평가 업무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IP 서비스 진영은 감평사가 업무를 독점할 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IP 가치평가 수요가 급증해 시장이 형성되는 상황과 '감정평가'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상황이 맞물리면 전문성과 무관하게 감평사가 독점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성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국토부는 업무 전문성 관련 지적과 관련해서도 감평사가 IP 감정평가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등록된 특허 등 지식재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유사 특허 가액 등과 비교하는 행위로 권리성, 기술성 등 분석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변리사회는 9일 성명을 내고 “감평사 자격 취득을 위한 시험에서 특허법 등 산업재산권법이나 과학·기술 배경지식을 검증하는 과목이 단 하나도 없는데 법률·기술 전문성이 없는 감평사가 특허 등 산업재산권 가치평가 업무를 독점으로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변리사회는 “감평사는 세상 만물을 감정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자격사가 아니다”라며 “감평사가 전문성이 없는 특허 등의 가치평가 업무까지 독점하려는 시도는 IP 가치평가를 활성화하려는 시장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술거래기관 솔투로의 박양수 대표는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 가치평가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기술, 법률, 재무, 회계 등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의 협업이 필수”라면서 “특정 자격자에 한해 평가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취지와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한 불신과 의혹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변리사와 IP서비스 진영은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관계자가 반발하는 개정 내용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필요하다면 처벌조항에 대한 예외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국토부와 이해관계자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개정안의 취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독점이 아니라는 국토부의 입장을 전제로 업계와 보다 세밀한 소통을 진행하고 개정안 처리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