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투자 500억달러 인센티브 지원"...국내 기업 대응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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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해 '칩스법'(CHIPS for America Act)을 통한 재정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진출한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포함된다.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수준에 따라 투자 규모와 시기가 구체화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대응에 눈길이 몰리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개선을 위한 검토보고서는 정책권고안에 미국 의회가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위해 최소 500억달러(약 55조6500억원)의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연방 보조금 100억달러와 최대 40%의 세액 공제 등 강력한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이번 정책권고안에 따라 500억달러를 추가 지원하면 보조금과 세액 공제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미국 상원이 향후 5년 동안 540억달러(60조원)를 반도체 등 혁신 기술 개발에 집행하는 '미국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지만 500억달러를 칩스법에 지원하는 법안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반도체 설비, 팹 구축·확장과 현대화 등에 인센티브를 집중 지원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삼성전자의 170억달러 규모 투자를 언급하며 “공정한 반도체 칩 할당과 생산 증대, 투자 촉진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동맹국과의 협력 관련 내용을 포함, 한국을 총 74번 언급했다.

칩스법을 통한 자금 지원 확대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가 핵심 정책권고안에 담기면서 미국에 진출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수준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미국 현지에 법인을 둔 반도체 기업이 미국 정책 변화에 주목하며 인센티브 등 수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검토보고서 발표 이후 대응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19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 조건으로 최대 20년 동안 9000억원 수준의 세금 감면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스틴시는 10년 동안 7200억원 수준의 세제 혜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을 포함해 다른 지역을 증설 후보 지역으로 물색하고 있다. 세제 혜택이 투자 결정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철성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서울대 석좌교수)은 “반도체 용수 및 전력 공급, 투자 지역 주민 관리, 세제 혜택 등 기업이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칩스법 자금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이들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반도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부회장은 “다만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지원이 분리돼 있어 혜택 규모와 방식은 기업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본부장은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차별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부분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기업 육성을 통한 생태계 개선을 원하는 만큼 R&D 등 지원은 미국 업체에 돌아갈 공산도 크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내재화 및 경쟁력 제고는 우리 기업엔 장기적으로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강 본부장은 “미국이 반도체 등 공급망 개선에 자국 기업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향후 기술 차별화 등 우리 기업이 대응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