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국산 SW 확산, 공무원 인식부터 바꿔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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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이던 지난해 여름, 유럽 주요 국가가 영상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화상으로 회의를 개최한 이유는 '가이아 엑스(X)'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가이아X는 2019년 독일이 주축이 돼 시작한 유럽연합(EU) 디지털 주권 찾기 프로젝트다. 아마존,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유럽 빅데이터·클라우드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데이터 등 주요 정보가 해외로 유출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보다 근본적인 출발점은 미국 기업 종속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앞서 중국은 2022년까지 정부기관 PC와 소프트웨어(SW)를 모두 자국 제품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100% 국산 전환은 파격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도 10여년 전부터 국산 SW 장려 정책을 지속 펼쳤다. 2000년대 초 전자정부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시스템이 마련됐다. 당시 국내 SW 기술력이 외산을 따라가기에 어렵다는 판단에 대부분 외산 제품으로 구성됐다. 이후 외산 종속이 지속되면서 국산 SW 산업 육성을 위한 국산 장려 정책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책이 시행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갈 길이 멀다. GS인증제도, 보안 등 간접적 국산 지원 장려책 덕분에 예전에 비해 국산 도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비율로 보면 지금도 외산이 앞도적으로 높다. 2019년 기준(공공부문 정보자원 통계보고서)으로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주요 SW 외산 비율은 각각 98%, 87%로 상당하다.

외산 SW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구매자인 공무원의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안요청서(RFP) 모니터링 등을 통해 외산 제품 스펙을 소위 '알박기'하는 사례는 줄었다. 사업을 담당하는 정보기술(IT)서비스 사업자에게 암묵적으로 외산을 요청하는 경우는 여전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공공기관이 국산 SW 도입을 꺼리는 이유로 '국산 SW 사용시 문제 발생할 경우 감사 책임 부과에 대한 우려가 큼' '다른 공공기관이 사용하지 않는 국산을 도입했을 경우 비리 의심 받을 가능성 높음' 등을 꼽았다.

공무원은 단순 제품 구매자가 아니다. 국산 SW업계에 공공기관은 가장 큰 시장이다. 국산 SW는 공공기관을 레퍼런스 삼아 다른 기업, 해외로 제품을 판매하고 성장한다. 공공 시장 최종 구매자인 공무원의 역할이 크다. 그럼에도 국산 SW는 도입 검토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이야기가 지속해서 나온다.

업계에서 늘 높이 평가하는 퇴직 공무원 A씨가 있다. A씨는 재직 시절 국산이 여전히 홀대 받는 상황 속에서 국산 SW를 처음 도입했다. 내부 반대도 있었지만 공정한 기술평가를 거쳐 국산을 택했다. 실제 A씨는 비리 의심과 감사도 받았지만 '혐의 없음'으로 끝났다. A씨는 내외부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오픈했다. A씨 사례는 주변에 국산 SW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해당 국산 SW는 다수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했다.

다행히 유럽과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국산 SW가 상당수 개발됐고 성능을 인정받는다. 남은 것은 공무원의 전향적 태도다. 공무원 탓으로만 하기엔 지난 10년간 정부의 국산 SW 지원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 A씨 사례처럼 공무원이 국산 SW를 배제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나 공무원의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등을 뒷받침해야 할 때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