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참고 기다린 우리 국민에게 복이 오나 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시키는 대로 소독하고 띄어 앉으며, 남을 배려해서 마스크 쓰고 접종하며 참아 왔다. 자신을 내려놓고 공동체를 위해 견뎌온 우리 국민, 그런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회가 오고 있다. 각 기관이 예측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6%, OECD는 3.8%를 각각 예상한다. 주가지수는 3000을 넘겨 안착했고, 32년 만에 최고로 늘어난 수출 증가율은 밝은 미래로 설레게 한다. 앞으로 집단면역을 이루고 마스크를 벗게 되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이른바 '한풀이 소비'까지 이어져 큰 호황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마음을 부풀게 한다.

지금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지금이야말로 대전환을 이뤄 내야 할 때다. 미래를 위해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낡은 것과 결별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다. 물이 들어오면 배를 띄우기도 쉽다. 하던 것 그대로 할 때가 아니다. 세계가 모두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위대한 재설정(Great Reset)이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외치고 있다. 그 전환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때가 중요하다. 지금이 그때다.

경제가 잘 풀리는데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더 많은 석유를 사 오고 더 많은 휘발유 엔진을 만들며, 삼림을 훼손하면서 더 많은 소를 기를 것이다. 걱정하면서도 플라스틱은 더 값싸게 많이 만들고, 고생하는 배달원은 안타깝지만 더 빠른 배달음식을 찾을 것이다. 아이들이 불쌍하지만 더 높은 학력 경쟁 때문에 공부를 강요하고, 무주택자는 팽개쳐 두고 아파트값이 오르기를 원하며 더 많은 땅을 파헤칠 것이다.

대전환은 이 모든 관성을 바꾸는 것이다. 잘못된 20세기 방식의 시스템 안에서 개인에게만 잘못을 멈추고 윤리적으로 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수백년 동안 반복·심화한 문제를 적당히 고쳐서 그대로 쓸 수도 없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서도 안 되고 현재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국가와 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때마침 세상은 큰 정부를 원한다. 큰 정부가 대전환을 이끌고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전환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해서 상상하지 못한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만드는 무한 생산성은 노동으로 밥벌이하던 시대를 끝내고 아무것도 안 해도 먹고 사는 시대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개인과 집단을 조화시키며, 산업과 산업을 융합시키고, 투명하고 수평적인 혁신을 일궈 낸다. 디지털 전환에 매진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전환은 약탈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체계를 생태적이고 순환적으로 바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발굴의 돌파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도 태양만 있다면 무한 에너지의 희망을 꿈꿀 수 있다. 우주에는 우리 인류가 평생 쓰고도 남을 자원이 있다. 재생에너지와 항공우주, 전기차와 수소경제는 새로운 투자와 소비를 자극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돌파구다.

셋째 우리는 이 풍요로운 생산력과 효율적인 시스템 속에서 지금까지의 자본주의보다 한 단계 더 나은 새로운 기업,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한 사회 재계약을 논의해야 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양극화가 아닌 다양성 사회로 세상의 룰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공동 번영과 행복이어야 한다. 목표를 다시 정하고 룰을 새로 쓰자.

그래서 더욱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가 풍요롭고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야 한다. 아직도 20세기 사고방식에 갇혀서 자신들조차 명확히 어디에 속하는지를 모르는 진보와 보수라는 허위의식으로 싸울 시간이 없다. 눈앞의 경쟁자를 보지 말고 머리 위를 넘어오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봐야 한다.

인류사적 과감한 도전인 문샷도 좋고 지구 위의 현실 문제를 집중 해결하는 어스샷도 좋다. 놀랍도록 발전한 과학기술 역량과 사회적으로 응축된 변화 에너지를 한데 모아 태풍 같은 힘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임무지향적 혁신이 필요하다. 결단하고, 행동하고, 나아가야 한다. 물 들어올 때 지체하지 말고 노를 저어야 한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다.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seerl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