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교육산업의 위기와 기회, 상장 교육기업 4개사 분석

콘텐츠 우수하고 AI 등 신기술 접목 활기
교육열 높아 유아동·성인 대상 시장 확대
학생수 감소·정부 사교육억제정책은 악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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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규모 한국 교육산업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실시간 영상 교육이 일상화됐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원격 교육 솔루션이 교실에 자리 잡았다. 기존 교육업체부터 에듀테크 스타트업까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교육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 위기에도 경제력 상승에 따른 자녀 1인당 교육 수요나 지출 규모는 지속 상승 중이다. 교과·입시 중심 교육 시장에 유아동 교육과 성인 평생교육 시장이 새로운 수요로 등장했다. 한국 교육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강점, 약점, 위기, 기회가 있는지 살펴본다.

[산업리포트] 교육산업의 위기와 기회, 상장 교육기업 4개사 분석

◇강점(Strength):축적된 우수한 교육 콘텐츠, 비대면 교육 확산=한국 교육산업의 강점은 높은 교육열과 이에 부응한 우수한 교육 콘텐츠다. 일찍부터 방문학습지, 이러닝 등 교육출판과 온·오프라인 학원 기반 교육시장이 체계적으로 발달했다.

교육산업 내 기업 역량도 다양하게 축적됐다. 초기 교과서, 백과사전 중심 사업에서 출발했던 교육출판 시장은 교재, 문제집, 방문학습지 등으로 사업 확장에 성공했다. 높은 교육열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교과 과정을 중심으로 민간 교육시장이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교육 콘텐츠 질 요구 수준도 높다는 진단이다.

교육에 기술을 접목하는 수단도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속도에 맞춰 함께 진화했다. 서책을 그대로 CD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 담는 방식에서 2000년대 초반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함께 온라인 영상 등으로 제공하는 '인터넷강의(인강)'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른바 '1타 강사'라는 스타 강사들을 배출하며, 메가스터디(교육), 디지털대성, 이투스교육이 인강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육 콘텐츠, 인터넷 환경 등이 더해져 인터넷 기반 교육 서비스업(이러닝) 창업도 활발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내놓은 이러닝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러닝 시장은 2019년 기준 3조9516억원으로 추산된다. 연간 4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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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교육에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8년 1530억달러에서 2025년 3420억달러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도 전용 스마트 단말기 기반 온라인 학습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약점(Weakness):취약한 매출 구조, 플랫폼 기업과 경쟁 심화=지난해부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교육산업의 취약한 디지털 경쟁력을 노출했다. 일찍부터 이러닝 시장이 발달했으나 디지털 교육 준비는 타 산업 대비 취약했다. 교재 등 교육 콘텐츠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이나 투자 대비 교육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2019년 10조원이 넘었던 교육시장 규모도 줄었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공동 조사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액은 9조3000억원, 주당 참여시간은 5.3시간으로 전년 대비 11.8% 1.2시간 감소했다.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이며 2019년 32만2000원 대비 각각 10.1%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사교육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학원과 방문학습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면 채널 중심 영업과 학원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교재 판매 중심으로 운영되던 매출구조는 한계를 드러냈다.

원격 교육 플랫폼 부재로 교육 현장에서 구글, 마이크소프트(MS), 줌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서비스 의존도도 높아졌다. 학교 현장에 글로벌 교육 솔루션의 활용은 활발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교육 서비스나 솔루션의 이용은 부진하다.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나 활용을 통한 R&D 기회도 제한적이다.

내수 위주 사업 구조와 콘텐츠 중심 수출은 지속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기업 특유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와 문화, 타산업 대비 낮은 연봉 등은 I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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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Opportunity):유아동 및 성인대상 교육=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학생수 감소 위기에도 민간 교육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이는 유아동 교육시장과 성인 대상 평생 교육시장 확대를 이끄는 요인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한국 성인(25~64세)의 고등교육(대학) 이수율은 OECD 평균(39.6%)를 훌쩍 넘는 50%를 기록했다. 청년층(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은 69.8%로 OECD 국가 중 아일랜드에 이어 2위로 최상위권이다.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고학력자가 많다는 의미다.

높은 교육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물론, 민간 교육시장 성장을 이끈다. 경기변동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코로나19로 작년 사교육 시장 규모가 다소 줄었으나 1인당 사교육비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사교육 참여학생 기준 평균 43만4000원으로 나타나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수준이거나 0.3% 소폭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유아동과 성인 교육시장이 확대됐다. 유아동 교육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적용하며 고도화되거나 엔터테인먼트와 접목이 이뤄지는 추세다. 또 성인교육은 기존 자격증이나 학위, 직무 교육 외에도 취미, 자기계발, 재테크를 위한 비대면 온라인 교육 수요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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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원격교육이 일상화되면서 미래교육에 대한 요구도 빨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듀테크 서비스를 적극 발굴, 육성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 서비스 및 콘텐츠에 대한 예산 집행 권한이 늘어나는 것도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AI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이 주목받는다.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발전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학생 개개인 맞춤형 학습 수준 평가와 교육 콘텐츠 추천이 가능해졌다.

◇위협(Threat): 학생수 감소, 정부의 사교육 규제 정책=저출산은 교육산업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학생수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응한 대입 제도 개편 등 정부 정책 변화도 불가피하다.

통계청의 2020년 출생 사망 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 출생아 수는 27만 2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은 전년(0.92명) 대비 0.08명 감소해서 최근 3년 연속 1.0명 미만을 기록했다. 출생아수는 2019년 30만3000명보다 10% (3만300명) 줄어들었고, 5년 전인 2016년보다 13만4000명이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해서는 19만9000명이 감소한 상황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으로 OECD 회원국 중 1명 미만인 유일한 국가다.

학생수 감소로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위기는 신입 미충원, 폐교 등으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2021학년도 수능시험 응시자는 약 42만명이었는데, 전체 대학 모집 인원은 55만명이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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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교육억제 정책도 시장 성장 억제 요인이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중 하나인 무료 교육 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교육산업 생태계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산업리포트] 교육산업의 위기와 기회, 상장 교육기업 4개사 분석

◇'스마트 학습'으로 전진, 상장 교육기업 4사=교육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쌓은 교육 콘텐츠에 빅데이터, AI 등을 접목한 에듀테크 도입도 활발하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초등용 스마트 학습 플랫폼 시장이다. 웅진씽크빅, 메가스터디, 비상교육, 아이스크림에듀와 같은 상장 교육기업 4사 모두 단말기 기반 스마트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온라인으로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AI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에 맞춤형 진단과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 교육기업인 웅진씽크빅도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웅진씽크빅은 2018년 6429억원, 2019년 6522억원으로 소폭 매출을 늘렸으나 작년 6461억원으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도 2018년 340억원, 2019년 217억원, 2020년 140억원으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스마트 교육 브랜드 '스마트올'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확대. 1분기에는 매출 1766억원, 영업이익 46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을 거두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스마트올 초등'을 유아, 예비초, 초등, 중학까지 연령을 확대하며, 전체 회원수를 지난 3월 기준 11만명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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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매출 4747억원, 영업이익 328억원, 당기순이익 210억원의 성과를 냈다. 전년(2019년)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8억원, 274억원씩 크게 줄었으나 매출은 소폭이나마 성장시켰다. 작년 초중등 시장에 비해 고등교육 시장에 타격이 적었고, 온라인 강의 등 시스템을 타사 대비 잘 갖췄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에는 창립 이래 최대 분기 성과를 거뒀다. 매출 1722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거두며 작년 동기 매출(1093억원) 대비 57.5% 성장했다. 스마트 학습 브랜드 '엘리하이'는 메가스터디가 보유한 특목고·외고 등 입시 전문 콘텐츠로 차별화했다는 평가다.

중견 교육기업 비상교육도 지난해 학원 관련 수익 감소와 초등 검정 교과서 개발비용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2019년 200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액은 작년 1723억원에 14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매출 652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같은 기간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239억원에 그쳤던 출판사업 매출이 올해 1분기에 431억원으로 갑절 상당 상승하면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스마트 학습 브랜드 '와이즈캠프'를 비롯한 에듀테크 부문 실적도 상승하며 매출에 힘을 보탰다. 중등 인터넷강의 '수박씨닷컴'과 영어학습 프로그램 '잉글리시 아이' 등 디지털, 영어 부문 매출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교육기업이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아이스크림에듀는 오히려 손실폭이 커졌다. 상장 첫해인 2019년 매출 1064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했던 아이스크림에듀는 지난해에는 매출은 소폭 상승한 1155억원을 거뒀으나 -1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에듀테크 개발비 및 마케팅비 증가로 매출 341억원에 영업이익이 69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 디지털 교육 선두주자인 아이스크림에듀의 'AI홈런'은 가정용 스마트 학습 시장을 연 제품이다. AI홈런의 성공 이후 후발주자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담이 커졌다. 상반기까지는 에듀테크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아이스크림에듀는 하반기 AI 학습 서비스의 고도화와 함께 선도적 에듀테크 플랫폼 서비스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