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모의실험' 사업, '발 담그기'식 참여에 과열 조짐

내달 5일부터 입찰...12일 우선협상 선정
'프로젝트 참여해야 유리한 입지' 판단
금융사·IT기업 '대형 컨소시엄' 줄이어
한은 "민간 금융 시스템 연동 없어" 강조

(자료=게티이미지뱅크)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사업'에 금융권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른바 '발 담그기'식 대형 컨소시엄이 다수 등장하는 과열양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다수 대형 금융사와 IT기업이 합종연횡해 대형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하는 형태를 가급적 지양해달라는 당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개최한 비대면 설명회에서 지난달 31일 발주한 CBDC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사업을 놓고 시장이 과열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국내 처음으로 추진되는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은 내달 5일부터 12일 낮 12시까지 사업신청자 입찰을 받는다. 개찰은 12일 오후 1시에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 사업 예산은 49억6000만원으로 크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CBDC 연구가 활발하고 일부 유럽국가에서 CBDC를 정식 화폐로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장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업계 관심이 쏠렸다. 한국은행은 아직 CBDC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모의실험 연구가 추후 정식 도입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와 빅테크는 한국은행 CBDC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한은 CBDC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추후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사업 경험이 풍부한 LG CNS와 손잡고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포스텍과 손잡고 CBDC 발행에 대비한 시범 시스템에 대응하고 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도 CBDC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디지털화폐를 법정화폐로 사용하는 시장이 열릴 것을 감안해 증권, 카드사 등도 CBDC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은이 개최한 비공개 설명회에는 약 26개 금융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1·2단계에 걸쳐 추진하는 이번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에서 민간 금융사 시스템과 연동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의실험 플랫폼을 우선 구축해서 △디지털화폐 제조·발행·환수·폐기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점검하고(1단계) △이후 강화된 개인정보보호 기술, 통신불능 등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기술, 디지털자산 구매 등 확장된 기능에 필요한 기술, 정책을 살피고 적용해보는(2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CBDC 도입에 필요한 기술 요건을 검증하고 필요한 관련 정책을 함께 살피는 것이 목적이다.

이처럼 CBDC 모의실험 플랫폼을 완성해야 민간기업을 위한 노드를 개방하고 최종 이용자에게 CBDC를 유통하는 환경을 테스트하게 된다. 한국은행 CBDC 정책은 발행한 디지털화폐를 민간 금융사가 전적으로 유통하는 민간주도형인 만큼 금융사와 핀테크 등 원하는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드를 개방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전략은 지양해달라”며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 후 이후 사업에서 민간기업은 개방된 노드를 이용해 CBDC 시범플랫폼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