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신재생 '출력제한' 기회이자 자산

[리더스포럼]신재생 '출력제한' 기회이자 자산

제주행 비행기가 한라산을 보일 때쯤 왼쪽 창밖으로 행원 신재생에너지 단지, 오른쪽 창으론 한림 해상풍력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제주 신재생에너지 RE16 현장을 보는 순간이다. 그런데 바람은 있는데 풍력발전기는 서 있고, 누군가 “고장났다”는 말을 할 때쯤 커테일먼트(Curtailment·출력제한)는 시작한다.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란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발전이 많이 생산된 시점에 송배전망 사업자가 계통 안전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출력을 직간접 차단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말한다. 출력제한은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기에너지 수요공급의 균형이나 계통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될수록 출력제한 발생률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제주 재생에너지 커테일먼트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기회이고, 이를 합리적으로 극복할 때 자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탄소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제주도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36%, 발전 비중은 16%다. 대한민국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4%의 4배로, 신재생에너지 대한민국을 선도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 간헐성으로 계통 운영에 미치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전력 수요가 낮아지면서 지난 2020년 풍력출력 제어가 77회 실시되고, 미사용 에너지는 19.4GWh(3.2%)였다. 2021년에는 200회 이상 출력제한이 예상되며, 지난 7년 동안 풍력출력 제한으로 인한 손실액은 65억원으로 추정된다. 더 큰 고민은 정부가 오는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5%로 할 경우 공급에너지의 13%가 출력제한이 될 것이고, 손실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예측된다.

제주도는 출력제한 불용 에너지를 첫째로는 에너지 저장과 관리 차원에서 미활용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기차(V2G)와 신재생에너지 통합 운영으로 최적화한 에너지를 관리하는 수요관리(DR) 및 가상발전소(VPP)를 활용하고 있다. 둘째로는 에너지 전환과 전송에서 저장된 미활용 전기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그린수소(P2G), 히트펌프(P2H) 및 전압형 HVDC를 통한 제주와 육지 간 전력 전송을 준비하고 있다. 셋째로는 에너지 제어와 시장 차원에서의 기존 발전기 및 신재생에너지 제어 기술을 출력 예측하는 등 전력시장 개선을 통한 방안 준비 및 실천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에 따른 '신재생발전기에 관한 계통운영 및 관리'에 따라 전력거래소·한국전력공사가 전력계통의 안정 운영을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에 대한 출력감시와 예측·평가·제어를 맡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계통에서 출력제한은 불가피하며, 출력제한 보상에 대한 모두의 합의도 필요하다. 일본이 1년에 보상 없이 출력제한 할 수 있는 기간을 30일로 마련한 것이나 영국 '발전제한지불금', 미국 '최소공급의무' 등 출력제한 원인이 수요공급 불균형인지 송배전망 용량 부족인지 등 여러 원인에 따라 합리적인 보상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태풍을 한라산이 1차로 막아 본토 피해를 줄였듯이 제주 출력제한은 이제 대한민국 출력제한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예고된 태풍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제주 스마트시티챌린지도 차량·전력망연결(V2G), 전기차 폐배터리, 가상발전소(VPP), 플러스전력수요관리(+DR) 등 출력제한 재생에너지를 전기차를 이용해 저장·활용하고 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할 수 있게 하거나 남는 에너지를 더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등 작은 도전을 산·학·연·관과 도민이 함께하고 있다. 제주는 풍력단지 22곳, 태양광 미니발전소 1182곳, 전기차 2만여대로 대한민국의 넷제로(Net-zero)를 선도한다. 기회와 자산의 커테일먼트도 선택과 함께 한반도 본토로의 출력제한 태풍 북상 준비까지도 시간이 별로 없다.

김인환 박사(서울대 연구원, 제주스마트시티챌린지 MP) inhwan335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