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국가대표' 뽑아 놓고 금융 지원땐 '일반 기업' 취급

정부, 내년까지 '1000+α' 선정
업체 "부채 많다면서 대출 거절"
금융위, 보증한도 상향 밝혔지만
예산 준비 안되고 강제성도 없어

'혁신기업 국가대표' 뽑아 놓고 금융 지원땐 '일반 기업' 취급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이 금융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기업을 선정해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일반 기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9개 정부부처가 참여해 오는 2022년까지 각 산업부문 대표 혁신기업 '1000+α'를 선정하는 사업이다. 정책금융 지원은 금융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지난해까지 2회 차로 5개 부처가 협업했고, 올 2월 말부터 협업 부처를 9개로 확대해 지난달 3회 차 321개 기업을 추가로 선정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사업에 선정된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5개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해 대출·보증·투자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일반 기업과 사실상 같은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선정효과가 없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이번 3차 사업 선정으로 대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A업체는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들었다. 지원 조건은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혁신성, 기술력 등을 감안해 지원하도록 돼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제조기업들은 매출이 늘어나고 회사 가치가 높아지더라도 재고 등의 이유로 부채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퍼스트펭귄, 팁스 같은 프로그램은 선정만 되면 알아서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B기업도 3차 사업에 선정돼 금융 지원을 알아봤다. 그러나 실무 차원에선 정책 강제성이 없어 기존 보증요청 기업과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단지 우대조건으로 일반 신청 기업보다 심사를 빨리 진행해 주는 것이 혜택의 하나였다.

B기업 대표는 “자격에 맞는 라이선스로 보증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보증한도를 더 받을 수 있으면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2회 차에 선정된 C기업도 기존에 받은 대출 때문에 한도 초과라는 답변을 들었다.

C기업 관계자는 “기존에 받은 대출 한도가 넘치는 바람에 추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면서 “사업 핵심인 자금 지원이 안 되다 보니 실질 혜택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 기관인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보증한도 상향 조정 등 여신 심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면책과 특례 반영으로 선정 기업이 신청하면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애로 지원단을 두고 금융지원 불만 사례를 점검해 비금융 지원을 모색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산도 마련되지 않고 강제성도 없어 선정 기업에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기보와 신보는 선정 업체 가운데 이미 부처에서 지원받은 업체가 많아 보증한도를 초과한 곳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선정 기업에 한국성장금융을 통해 펀드를 연계해 준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홈페이지에서 펀드리스트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기업이 일일이 투자회사에 연락해서 투자 요청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정 기업 대상 리뷰를 통해 지원이 필요한 곳과 지원이 안 되는 곳 등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면서 “금융 지원은 재정 지원처럼 지급하면 끝이 아니다. 기업의 상환 능력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