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발사체 고체연료·액체연료 무엇이 다른가?

지난 3월 이뤄진 누리호 1단 엔진 최종 종합연소시험 당시 모습.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다.
지난 3월 이뤄진 누리호 1단 엔진 최종 종합연소시험 당시 모습.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다.

우리나라가 고체연료를 활용, 발사체를 만들게 된다. 지난 9일 우리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소형발사체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고체연료 사용제한이 해제된 것에 이어진 조치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방법론에 또 다른 선택지를 추가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발사체는 연료를 산화시켜 추진력을 얻어 하늘을 난다. 연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이미 쓰고 있는 액체연료, 앞으로 추가로 쓰게 될 고체연료다. 각각 고유 특징과 장·단점이 혼재한다.

액체연료를 쓰는 발사체는 밸브를 잠그는 것만으로 작동을 멈출 수 있다. 물론 다시 재점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력 제어가 쉽고, 비추력(연소 연료대비 추력)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하나의 발사체를 활용해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 기반이 된다. 추력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여러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다.

미국 스페이스X가 활용하고 있는 발사체 재사용도 액체연료를 활용한 결과다. 이미 쏘아올린 발사체가 지구로 되돌아오려면 고도의 추력 제어가 필요하다. 우리가 기술력을 갈고 닦는 다면 액체연료 발사체를 기반으로 재사용 기술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액체연료 발사체 엔진은 복잡하다. 연료와 산화제를 담은 개별 탱크에서부터 연소실과 노즐에 이르기까지 공급관과 밸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터보펌프나 가스발생기 등 추가 요소도 있다. 아주 정밀하게 연료·산화제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기술력이 상당하다.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도 그만큼 막대하다.

이에 반해 고체연료 발사체는 간결하다. 액체연료 발사체처럼 정밀한 제어는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불을 당기면 정해진 추력을 내고 연료가 소진되면 꺼진다. 여러 변수 탓에 발사체가 목표한 궤도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하고 일부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계통에 복잡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만큼 개발 비용도 저렴하다. 다소 기술력이나 자본이 부족해도 상대적으로 손쉽게 발사체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고체연료 발사체가 민간 우주 산업체의 저비용, 단기 발사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체연료 발사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적절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정부 발표와는 상관이 없지만 사실 고체연료 발사체는 또 다른 장점도 지니고 있다. 무기로 활용하기 용이하다. 액체연료의 경우 발사체 탱크에 미리 담아둘 수 없다. 부식성 탓에 탱크가 손상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료와 산화제를 지상에서 발사 직전에 공급할 수밖에 없다. 사전 준비 시간이 길면 무기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공격징후가 발사 전 적의 인공위성 등에 노출될 우려도 크다.

반면에 고체연료 발사체는 미리 연료를 연소실 안쪽에 채워 둘 수 있고 즉시 발사가 가능하다. 사전 공격징후 노출 없이 곧바로 타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굳이 우주개발을 빌미로 고체연료 발사체에 관심을 보이는 나라도 적지 않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부장은 “액체연료, 고체연료 발사체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두 가지 모두 장점과 적합한 활용처가 있는 만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체연료 추진 '킥모터' 개발도 검토한다고 함께 밝혔다. 여기서 모터란 고체연료 엔진이다. 킥모터는 1단 대비 작은 추력으로 비행하는 발사체 고단부(2~3단)을 뜻한다. 2013년 발사한 나로호도 킥모터를 활용한 바 있다.

나로우주센터 내 고체연료 발사체를 위한 발사대 구축 계획도 함께 발표에 언급됐다. 사실 고체연료 발사대는 큰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액체연료 발사체에는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엄빌리컬 타워'가 필요하지만, 고체연료 발사체는 이런 공급설비 필요성이 적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