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달라진 대학가 유학생 풍경

유지상 광운대 총장
유지상 광운대 총장

요즘 대학가를 지나갈 때면 낯선 언어로 얘기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한 결과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16만명을 넘겼다. 2014년 8만5000명이던 외국인 유학생이 최근 5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대학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을 많이 한 결과이기도 하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는 약 49만3000명으로 2020학년도보다 5만5000명 줄었다. 고3 재학생 지원자가 4만7000명 이상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출생률 감소에 있다. 1970년대 100만명을 넘던 국내 출생아가 2000년 들어 50만명대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27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 태어난 아기들이 결혼적령기가 되어 각 1명의 자녀를 둔다면 그때는 13만명대의 신생아가 태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제활동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의 치명적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통계 자료는 결국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많은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미달 사태를 경험한 것이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신입생 미충원율이 더 높다. 그 결과 대학은 재정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이 재정난을 타개할 탈출구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유일해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은 입학정원 외로 간주해 모집 인원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더 유리하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확보 역시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갑자기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으로 대학은 여러 가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당사자도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중국이나 베트남 출신인 이들 유학생은 한국어 실력이 미숙해서 강의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유학생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만 수강하는 외국인 전용 수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만만치 않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한국인 재학생들은 수업 환경이 나빠졌다고 느끼며 불만을 토로한다. 빠르게 규모의 양적 성장은 이뤄냈지만 출신 국가 편중 현상, 인문계열 편중 현상, 언어 능력 한계로 인한 취업난 등 근본 문제들이 연관되며 연쇄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 환경과 매우 유사한 일본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교육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난 등 문제를 인식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활성화 정책을 폈다. 일본 대학 입학, 졸업, 취업 지원 등 외국인 유학생을 끌어안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동시에 마련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이다. 이에 비해 지금 한국은 각 대학이 애써서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교육과 생활 지도를 돕는 포괄적이고 긍정적인 지원에는 무관심한 채 관리를 위한 통계수치 기준을 지정하고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벌칙으로 징계하는 식의 제한적·보수적 정책에 머물러 있다.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적인 국제화 성과를 내기가 벅차다. 정부, 연관 산업체, 대학이 협업해서 유학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달라진 대학가의 외국인 유학생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학이 국내 대학의 성공적인 국제화 정착을 위해 협조해서 다양한 정책을 연구하고 실질적이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유지상 광운대 총장 president@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