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 공백 속 '가짜뉴스' 심각…건전한 정보유통 환경 해쳐

[기자수첩]규제 공백 속 '가짜뉴스' 심각…건전한 정보유통 환경 해쳐

“악플러를 선동해 허위 사실로 상처를 주고 커리어를 짓밟는 행위가 학교폭력과 다를 게 없는 사회 폭행이라고 생각한다. 육체적 폭력만 폭력이 아니다.”

최근 기자 출신 유튜버 K씨가 배우 H에 대한 사생활 폭로전을 이어 가면서 H가 밝힌 입장이다. 유튜버는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폭로를 이어서 했고, 결국 H는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같은 일은 비단 유명 연예인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사건에도 각종 가짜뉴스가 유튜브에 쏟아졌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상황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성 강한 콘텐츠를 만들어 조회 수를 늘리고, 이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가짜뉴스로 처벌되더라도 광고 수익이 더 높다는 계산 아래 벌어진 행동이다. 이 때문에 허위사실 생산과 유포가 끊이지 않는다.

단순한 의혹 제기를 넘어 고의적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1인 미디어는 전통 미디어보다 '게이트키핑' 기능이 떨어진다. 정보의 진위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가짜뉴스는 건전한 정보 유통 환경 조성을 방해하고 이용자 권익을 추락시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지만 고의적인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정보는 피해자 및 공동체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라면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2017년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망집행법'(NetzDG)을 제정했다. 온라인에 혐오, 차별, 아동 음란물 등 성격의 콘텐츠가 올라오면 24시간 안에 삭제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0만유로(약 662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명백한 불법' 콘텐츠의 24시간 내 삭제와 이용자 신고 시스템 구비 등을 의무화한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우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퍼지는 가짜뉴스를 규제할 근거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대형 플랫폼에서 불법·유해·허위 정보 유통이 심각해지고 있어 '이용자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규제 공백 속에 피해자들은 가짜뉴스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가 국회에서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자수첩]규제 공백 속 '가짜뉴스' 심각…건전한 정보유통 환경 해쳐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