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플랫폼' 기업이 가야할 곳은 법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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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기가 두렵습니다. 법정에 서게 될 테니까요.”

설립 4년 차에 접어든 플랫폼 전문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털어놓은 뜻밖의 속 이야기다. 매년 성장 단계를 밟아 가며 느끼는 성취감보다 두려움이 앞선다며 속내를 펼쳐 보였다. 기업이 커 갈수록 규제의 벽은 더 높아지고, 전통 산업 사업자와의 충돌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게 이들 CEO의 공통된 심정이다. 법정에 가면 수년 동안 지리한 법적 공방을 하게 되고, 결국 그동안 일궈 온 사업에 대한 열정도 꺾일 수 있다.

지난 24일 '타다금지법'으로 불려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결국 규제로 인한 공익이 훨씬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다는 애초부터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대여서비스'여서 택시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기존 택시 시장과 서비스 영역이 겹치면서 갈등을 빚었다. 타다 사태 이후 많은 플랫폼 사업자가 갈등 리스크 최소화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플랫폼과 전통 사업자 간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형국이다.

법률플랫폼 '로톡'이 성장하자 변호사의 수임료 하락이 우려된다며 대한변호사협회가 칼을 뽑아 들었다. 의료계에서는 '강남 언니'와 대한의사협회 간 대립이 치열하다. 원격진료와 처방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는 원격진료 200만건을 넘어서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대한약사회가 서비스를 중단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무·회계 분야에서는 '자비스앤빌런즈'가 한국세무사고시회로부터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다.

최근에는 부동산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직방이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온택트 파트너스'라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중개 수수료를 공인중개사와 직방이 반반씩 나눠 갖는 모델이다. 직방은 “직접 중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의 새로운 서비스에 발끈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갈등 구조에 여론은 플랫폼 기업의 손을 들어 줬다. 일반 소비자들이 플랫폼 기업을 더 지지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로톡, 닥터나우를 비롯해 직방 서비스도 결국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강점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

타다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타다금지법'으로 타다를 타지 못하게 하더라도 택시 시장의 사양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공유경제는 더 활성화되고, 서비스는 점점 편리해진다. 기존 택시가 존재할 자리는 시간에 비례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ET시선]'플랫폼' 기업이 가야할 곳은 법정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플랫폼 사업의 불법성 여부를 초기부터 분명히 하고 혁신 정책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만 보다가 사회적 논란을 키워선 안 된다. 어느 한쪽의 존망이 달린 상황에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우유부단한 입장으로 지켜보는 것도 무책임하다. 대화와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 끌어내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하기보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새로운 경제에 맞는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 우리의 삶과 미래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의 사회적 도입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T시선]'플랫폼' 기업이 가야할 곳은 법정이 아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