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립조직 권한·책임 강화할 듯...내부 불만 여전해 불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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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성남 사옥 로비 사진=전자신문DB
<네이버 성남 사옥 로비 사진=전자신문DB>

네이버가 경영체계 쇄신을 선언하면서 현 CXO 체제가 어떤 형태로 바뀔지 주목된다. 소수 C레벨 임원에게 집중된 책임과 권한을 분산, 사업별 독립 조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내기업(CIC) 내 실무조직과 책임리더가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올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체계와 리더십을 만들기 위해 조만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네이버는 이사회와 개편 과정을 공유하며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한성숙 최고경영자(CEO)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몇몇 대표임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기업이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계도 드러냈다. 네이버 이사회는 “급성장의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현 CXO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5년 CIC 제도를 도입, 운영 중이다. 네이버웹툰 등 일부 기업이 분사하는 등 성과를 냈다. CIC는 사업, 인사, 재무 등 경영전반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이후 2019년에 책임리더 직책을 임원급으로 신설하며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겼다. 책임리더는 네이버 전체 직원의 3% 남짓이다. 네이버가 경영체계를 개편하면 이들이 C레벨 임원의 책임과 권한을 보다 많이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책임리더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개편 결정은 최근 직원의 극단적 선택이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변대규 이사회 의장 주도로 직원들과 영상간담회를 가졌다. 변 의장은 이 자리에서 “현장에서 혁신과 소통이 더 빠르고 활발해지는 조직으로 네이버를 바꿔 나가자고 경영진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사태 수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가동해 직장 내 괴롭힘에 직접 원인을 제공한 임원을 해임했다. 보고라인에 있던 다른 임원들은 경고 조치했다.

최인혁 COO는 리스크관리위원회 결정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네이버 내 모든 직무에서 물러난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 등 자회사 관련 직위는 유지한다.

한성숙 대표는 직원 대상 메일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한 대표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조사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추가적인 문제 사안이 있을 경우 적극 조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 네이버 한 직원은 “이번 발표 계기가 된 직원의 극단적 선택은 책임리더급의 직장 내 괴롭힘과 보고를 받고도 무시한 최고경영진 책임이 크다”면서 “C레벨 책임과 권한을 나눠 받는 이들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는 것만으로는 병폐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에도 기존 경영진의 막강한 영향력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네이버 출신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해진 창업주와 그 측근들 그리고 측근 라인으로 이뤄진 이른바 '이너서클'이 네이버 의사결정의 핵심”이라면서 “20년 넘게 이어져온 이런 구조가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와의 갈등 해소 과제도 남아있다. 네이버 노조는 28일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문제제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노조는 최근 입장문에서 “무리한 업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인을 포함한 수많은 조직원이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경영진과 인사 시스템은 개선 노력은 고사하고, 이를 묵인·방조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를 비호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