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사업 성공 조건

가전 세척과 관리 서비스 열풍이 뜨겁다. 가전 세척 서비스는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등 내부 필터나 세탁조·건조조를 분해해서 물로 씻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가전 세척·케어 시장은 수년 동안 계약해야 하는 렌털 시장과 다른 일회성 서비스로, 소비자 부담도 낮은 편이다.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해 중소·중견 가전사도 관심을 기울여서 뛰어들었다. 에어컨 성수기를 앞두고 이미 7~8월 에어컨 세척 서비스는 '풀 부킹'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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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형 가전 세척·케어 서비스는 스타트업에서 먼저 뛰어든 분야다. 청소 전문업체가 가전까지 관리, 세척해 주는 서비스를 일부 선보였다. 그러나 가전 전문가가 아닌 인력들이 일부 투입돼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테면 세탁기를 잘못 분해·조립해서 고장 문제가 대두됐으며, 가전 제조사는 세척서비스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가전 전문가'가 직접 나서기로 방침을 정하고 신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아직 가전 세척·관리 서비스는 초기 단계로,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전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만 자리 잡으면 인건비만 소요되는 시장이 새로운 가전업계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가전 고장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서비스 유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가전 기업들이 꼭 제조사로 남을 필요도 없다. 회사 핵심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가전 세척서비스 열풍을 지켜보며 서비스의 성공 조건이 떠올랐다. 소비자가 겪는 문제가 고통스럽고 욕구가 강할수록 해결책이 나왔을 때 고객 반응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연초에 론칭한 삼성,LG 가전 관리, 케어서비스가 이토록 불티나게 인기를 끌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계절마다 가전 전문가로부터 에어컨 청소를 받고 싶어 한 소비자, '셀프' 청소로 세탁기 내부가 얼마나 더러운지를 알게 된 소비자는 삼성과 LG가 선보인 가전 세척서비스에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 열쇠는 역시 '고객'에게 있다.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불만 사항)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맞춤형 해결책을 제공하는 기업 전략이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신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묘안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