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산화율 20%' 반도체 장비 경쟁력 확보는 과제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2년간 반도체 관련 기술 독립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상당 부분 결실이 있었지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체력은 허약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소부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장비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1분기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235억7000만달러(약 26조6700억원)다. 그 중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73억1000만달러(약 8조2700억원)다. 중국과 대만, 일본, 북미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많은 반도체 장비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집중 증설에 나선 만큼 반도체 장비 구매 금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 대부분은 외산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최근 한미반도체가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패키지 절단장비(마이크로 쏘)를 국산화하는 등 좋은 소식도 들려오지만 미국과 일본산 장비 대비 전반적인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업체 상위 4개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네덜란드 ASML, 미국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리미티드(TEL)가 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16위, 원익IPS가 18위 수준에 위치해 있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대규모 증설이 진행되는 만큼 시장 점유율 상위에 있는 미국과 일본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일본 장비 판매량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SEAJ)는 5월 일본제 반도체 장비 판매량이 3054억500만엔(약 3조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8.3%, 작년 대비 48.6%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시급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 장비 상위 기업들이 특허로 무장해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이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AMAT·램리서치·TEL 3개사의 평균 유효 특허는 국내 기업 평균 대비 4.3배로 상당히 많다. 세메스를 제외하면 상위 3개사 유효 특허는 국내 대비 8.65배로 늘어난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장비사의 특허가 만료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확보해야하는 만큼 국산화가 더딘 편”이라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