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중국 기업 '상하이일렉트릭 윈드파워'(SEWP)의 해상풍력발전기를 국내에 들여온다. 이달부터 '중대형 풍력터빈' 국가표준(KS) 인증을 받는 작업에 착수하고, 이후 국내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해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국내에 중국산 해상풍력발전기가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국산이 국내 해상풍력발전기 시장을 잠식할까 우려했다.
효성중공업은 빠르면 7월부터 해상풍력터빈 KS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추후에는 SEWP와 국내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 2월 SEWP와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바 있다.
통상 해상풍력발전기 KS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2년 정도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SEWP가 인증을 받기 위한 시험성적서 등 서류를 구비했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SEWP는 중국 국영회사 상하이일렉트릭 그룹의 자회사다. 2~4㎿ 규모의 육상풍력과 3.6㎿, 4㎿ 해상풍력 모델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8㎿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터빈을 시운전하는 등 터빈 대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시장에서는 지멘스 가메사, 베스타스에 이어 3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SEWP의 8㎿ 이상 대규모 풍력발전기를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8㎿ 해상풍력 전용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유니슨은 10㎿ 규모 풍력발전기를 2023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이 들여오는 중국산 풍력발전기와 국내 업체가 개발하는 풍력발전기 간 경쟁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풍력업계는 효성중공업이 중국 제조업체와의 협력에 대해 우려했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산 풍력발전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 주는 역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풍력업계에서는 국산 해상풍력발전기 단가를 ㎿당 20억원, 유럽·미국산 17억원, 중국산 15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해상풍력 발전방안'에서 12GW를 준공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산 해상풍력발전기 전량 공급을 감안하면 24조원 규모 시장으로 추정된다. 가격경쟁력만 놓고 보면 중국산 제품이 국내 해상풍력발전기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짙다.
풍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스타스나 지멘스 같은 제조사와 제휴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중국 업체와의 기술 제휴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차이나 리스크'를 고려하면 시장에서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한두 업체가 쓰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효성중공업의 경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정체돼 있는 국내 풍력발전기 시장 상황에서 독일·덴마크 같은 유럽 업체는 기술을 주지 않으려 한다”면서 “(SEWP와) 한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한국에서 생산하고, 기술이 내재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효성重, 'SEWP 제품' KS 인증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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