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715>플랫폼 금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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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금융환경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입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표현입니다. 공급자 중심의 금융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금융환경에서 앞서나간 빅테크가 전통 금융사인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의 입지를 크게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네이버·카카오·토스 같은 빅테크 기업은 금융소비자가 겪어온 불편을 해소하는 등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단숨에 금융시장의 초대형 메기로 성장했습니다. 네이버는 쇼핑검색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모았고 이를 토대로 네이버페이를 서비스하면서 대부분의 소비가 네이버 플랫폼에서 일어나도록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앞으로 네이버에서 시중 예·적금이나 펀드 같은 금융투자상품, 보험, 카드 등을 검색해 여기서 보여지는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서 가입하는 시대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대출상품의 경우 이미 여러 핀테크 기업이 대출비교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좀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검색해 갈아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하고 본인확인과 소득증명 등을 위한 여러 서류를 지참해야 하는데, 요새는 인터넷에서 비대면으로 간단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더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으니 은행원도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는 금융 서비스를 '브랜드'가 아닌 더 간편한 '플랫폼'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더 나아가 비금융 서비스까지 즐기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안착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금융기업이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Q:플랫폼 금융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A:그동안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상품 가격 경쟁력과 오프라인 지점 중심의 영업력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해왔습니다. 오프라인 지점이 많을수록 고객 접점이 더 촘촘해진다고 봤고 금리 경쟁력이 있는 금융상품을 더 많이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왔습니다. 은행마다 상품 경쟁을 벌이긴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은행이든 비슷한 금리의 비슷한 상품을 내걸었기 때문에 금융사를 갈아타야 하는 필요도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금융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경쟁구도가 펼쳐집니다. 우선 금융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 대상이 비단 금융사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카카오의 경우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확보한 거대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 증권 등 다양한 금융업권에 진출했습니다.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로 출발해 현재 증권, 보험, 은행업에 진출했지요.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 분야도 플랫폼 금융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과 쇼피파이가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Q:플랫폼 금융을 가장 잘 구현한 서비스는 무엇이 있나요?

A:미국 쇼피파이는 온라인 판매자에게 필요한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요, 판매자를 위한 대출서비스와 자금관리서비스, 쇼피파이 소비자를 위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통 창업자나 자영업자는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제대로 된 신용점수를 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판매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쿠팡이 유통공룡에서 플랫폼금융 공룡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쿠팡은 '쿠팡페이'에서 현재 선불충전,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 간편결제를 넘어 후불결제, 보험 등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독보적 사용자 규모를 확보했기 때문에 쿠팡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Q:국내 금융사들은 어떤 플랫폼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나요?

A:현재 국내 은행, 카드, 증권, 저축은행 등 금융사는 내달 4일 정식 시행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맞춰 플랫폼 금융 시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는 A은행의 계좌 현황만 조회할 수 있었지요. 마이데이터가 시행하면 A은행에서 B은행, C증권사, D카드사 등에 걸쳐있는 내 금융정보 현황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됩니다.

전 금융권에 걸친 내 금융현황을 조회하고 더 나아가 내 소비패턴을 진단하고 돈을 모으는 목적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거나 투자방식을 조언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금융사 플랫폼은 금융서비스에 한정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금융 데이터와 서비스를 접목해 시너지를 내려는 금융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통신, 유통 등 여러 비금융 분야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비금융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O2O)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강성호 지음, 미디어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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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한민국 경제 질서를 관찰·감독하는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하는 현직 서기관이다. 경제 용어에 친숙하지 않거나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경제가 전통 경제와 어떻게 다른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이들은 기존 기득권자와 대립하는지, 정보와 데이터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바꿔 나가는지를 살펴본다.

◇'아마존 뱅크가 온다',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류두진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715>플랫폼 금융

아마존페이·아마존캐시·아마존렌딩 등 고객 제일주의와 빠른 속도를 무기로 금융업까지 진출하려는 아마존을 대표 사례로 알리바바, 텐센트, 라인-야후재팬 등이 주도하는 테크놀로지 기업과 기존 금융기관과의 경쟁 구도를 조명한다. 중국을 세계 핀테크 대국으로 만든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전략, 싱가포르 DBS 은행이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은행으로 거듭난 비결, 이에 맞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역습 전략 등을 바탕으로 달라진 금융의 가치를 진단한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