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와대 인사 논란 유감

“대통령은 정말 유능한 장관, 유능한 청와대 참모를 발탁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도덕성 중심의 국회 인사청문 시스템을 능력과 정책검증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아마 국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면서 “최고의 전문가들, 최고의 능력자들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던 시점이다. 3명 모두 도덕성에 흠집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당까지 가세하자 3명 가운데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며 일단락됐다.

이로부터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지난 1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께선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더 방점을 두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지 않는 청와대 참모진이 잇따른 구설에 휘말리며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다.

사실 청와대 안팎에선 그동안 높아진 국민 눈높이, 도덕성 검증으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고충을 자주 토로했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 눈높이는 문 대통령 본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위장 전입, 논문 표절, 탈세,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 지켜질 수 없었다. 야당 시절 기득권 타파를 외치던 이들 대부분도 사실 기득권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종석 전 초대 비서실장은 정부 출범 후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의 현실적인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투기와의 전쟁을 불사하며 벌이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여파로 정부 인사 기준이 1주택자로 변경된 것도 인사 폭을 줄인 결정적 요인이 됐다.
청와대는 계속되는 '인사 참사'에 인사 시스템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변경된다고 해서 인사 논란이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국민 눈높이와 능력, 이 둘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다.

[기자수첩]청와대 인사 논란 유감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