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 3만2000대 밀렸다…현대차·기아 '출고 적체' 심각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 조짐
아산공장 휴업·노조 파업 가능성 '악재'
K8 '6개월'·포터 '4개월'가량 기다려야

올해 초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악재가 3분기까지 장기화 조짐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생산과 출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7월 최대 고비를 맞았다. 출고 지연이 가장 심각한 차종인 투싼의 생산 대기 물량이 3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쏘나타와 그랜저를 만드는 아산공장 휴업에다 노조 파업 움직임까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투싼.
현대차 투싼.

6일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가 영업 일선과 공유한 7월 생산·출고 자료에 따르면 이달 투싼, 아이오닉5, 쏘렌토 하이브리드, K8 하이브리드 등 인기 차종의 신규 계약 후 출고 기간은 6개월에 달한다.

지난달 현대차는 투싼 4205대(하이브리드 867대 포함)를 출고했으나 여전히 남은 생산 요청 물량이 3만2000여대(3만1968대)에 육박한다. 이달 투싼의 실제 생산 계획 대수는 계약량의 10분 1 수준인 3200여대(3150대)에 불과하다. 투싼 하이브드리드는 올해 1월 중순 요청분이 이달에야 생산에 돌입할 정도로 출고 적체가 심각하다.

다른 현대차 차종의 출고 적체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신규 계약 기준으로 포터는 4개월, 아반떼와 코나, 스타리아는 3개월, 팰리세이드, GV70 등은 2개월이 소요된다. 생산 대기 물량은 포터 2만9460대, 포터 일렉트릭(전기차) 2만2945대, 스타리아 1만3649대, GV70 1만2307대 등이다.

기아 K8.
기아 K8.

상대적으로 물량에 여유가 있던 기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가장 수요가 높은 신차 K8 하이브리드는 출고 대기 기간이 지난달 5개월에서 이달 6개월 이상으로 늘었다. 생산 요청 물량은 1만6455대지만 이달 생산 계획은 2800대에 그친다. 투싼처럼 사실상 올해 출고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쏘렌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역시 출고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계약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 외에도 공장 휴업은 물론 파업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오는 13일부터 8월 11일까지 약 한 달간 공장 문을 잠시 닫고 설비공사에 돌입한다. 내년부터 아산공장에서 생산할 전기차 아이오닉6 생산라인 개조를 위해서다. 이번 공사로 아산공장에서 만드는 쏘나타와 그랜저는 지난달 1개월에서 이달 2개월로 출고 대기가 길어졌다.

파업 가능성도 돌발 변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간 교섭에서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으나, 올해는 갈등 골이 깊어지면서 노조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13차례에 걸친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는 5일 노동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임시 대의원대회를 연 노조는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7일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파업 찬성표가 절반을 넘으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으로 출고 적체가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는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완성차 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가 성실히 교섭에 임해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싼 3만2000대 밀렸다…현대차·기아 '출고 적체' 심각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