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점으로 간 C-ITS, 부처보다 국익 먼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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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술표준을 놓고 논란을 빚어 온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이 보류됐다. 기획재정부가 기술표준에 대한 검증을 마친 뒤 본사업 방향을 정하기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이달 시행하려던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 본사업과 다음 달 공고하려던 수도권 국도 ITS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C-ITS 기술표준 논란의 핵심은 '검증된 현재 기술'과 '성능 우수한 미래 기술' 가운데 어느 쪽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놓고 벌어지는 공방이다. 정부에서도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로 다른 논리로 대립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검증된 웨이브 기술, 과기정통부는 성능이 우수한 C-V2X 기술을 각각 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등 해외 각국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다. 양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 기술 기반의 웨이브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어서 당장 구축이 가능, 국민이 체감할 수 있다. 투자가 이뤄지면 혜택을 보는 기업도 많다. 반면에 5세대(5G) 등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차량·사물이통'(C-V2X)은 검증을 거치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웨이브보다 성능이나 확장성에서 뛰어나다. 철도에 비유하면 당장 새마을호 철로를 깔아서 무궁화호보다 빠른 철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나을지 2~3년 뒤 한국형고속철도(KTX)를 개발해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좋을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문제가 간단하지 않은 것은 공공재인 5㎓ 주파수 대역을 써야 하고, 구축 비용이 수천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자칫 오판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매몰된다. 기재부의 결정은 그런 면에서 일단 신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 부처의 영역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기재부가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기술실증사업부터 표류하면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시대에 우리나라만 낙오할 수 있다. 국익을 철저하게 따지되 속도를 내는 '영민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유관 부처의 이해관계보다 국익만을 고려해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